주제전·특별전 등 독특함으로 인기, 세계적 사진전문가 대거 참여

‘2008 대구사진비엔날레’는 개막 후 첫 날부터 열기를 띠었다.

지난달 31일 국내외 작가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 전문가들이 참석한 포트폴리오 리뷰 행사가 대표적. 이날 행사에는 앤 윌크스 터커(Anne Wilkes Tucker) 휴스턴 미술관 사진담당 큐레이터, 카렌 신스하이머(Karen Sinsheimer) 산타 바바라 미술관 사진담당 큐레이터 등 국제적인 사진계 큐레이터와 사진 출판 담당자들이 대거 참가해, 한국의 유망한 사진가들 뿐만 아니라 이번 비엔날레에 참가한 일본과 중국 작가들을 설래게 했다. 리뷰 행사를 통해 해외에 진출 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진 전문 기획자들과 함께 참신하고 유망한 사진작가들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

이달 16일까지 개최되는 비엔날레는 주제전인 <내일의 기억-한ㆍ중ㆍ일 현대사진전>과 <오래된 기억-동북아시아 100년 전>이 엑스코에서 열린다. ‘내일의 기억‘전에는 한국, 중국, 대만, 일본 4개국의 작가 39명의 작품 300여점이, ‘오래된 기억’전에는 19세기 한ㆍ중ㆍ일의 사진 350점이 전시돼 있다.

비엔날레 개막날은 여러 행사와 포트폴리오 리뷰 행사에 이어진 사진작가와 해외 사진 관계자들의 접촉으로 전시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했다.

그런 중에도 미국의 유명한 사진잡지 Aperture의 출판담당 Lesley A. Martin의 세계 사진 출판계의 현황과 한ㆍ중ㆍ일 큐레이터의의 기획의도와 세계 사진계의 트랜드에 대한 세미나는 세계 사진계의 흐름과 이번 비엔날레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구본창 전시총감독은 “사진 본연의 미덕인 ‘기록성’을 잘 살린 작품, 그와 함께 수준 높은 예술성을 성취한 작품을 선택했다”면서 “전체 비엔날레의 무게중심을 한ㆍ중ㆍ일 세 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사진에 뒀다”고 했다.

1일에는 여유를 갖고 전시장을 둘러보며 관객들과도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운좋게 파리로 떠나기에 앞서 엑스코 전시장을 둘른 미국 사진계의 대모(代母) 앤 윌크스 터커(Anne Wilkes Tucker) 휴스턴 미술관 사진담당 큐레이터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한국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다양성’과 ‘힘’을 갖고 있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한ㆍ중ㆍ일이 공동기획한 ‘‘내일의 기억’전 중 ‘한국전’을 담당한 진동선 큐레이터는 관람객과 외국 방문객들에게 작품을 설명하느라 쉴 틈이 없어 보였다.

“일반인들도 한ㆍ중ㆍ일 사진의 차이를 이해할 만큼 안목이 높습니다. 그래서 주로 전시 의도와 특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진 큐레이터는 “외국 사진 관계자들이 한국 사진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해외 전시와 출판을 고려하고 있다”며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관람객 중에는 전문 카메라를 든 사진 애호가들도 적지 않다. 대구에서 직장에 다니는 전창범(36) 씨는 “한국 사진들이 생활 주변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표현한데 반해 일본 사진은 너무 인공적이고, 중국 사진은 산업화해가는 과정의 이면을 정면으로 다뤘다”며 전문가 다운 견해를 나타냈다. 전 씨는 “좋은 전시인데 홍보가 부족한 것 같고 전시장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부인과 함께 온 임재양(54) 씨는 “한국 작품은 사진의 전통성을 많이 유지한 인상인데 일본작품은 기계적이고 인간 소외를 다룬 것 같다”고 했다. 부인은 “19세기 한ㆍ중ㆍ일 사진전을 관심있게 봤다”면서 “오늘에서 볼 때 세 나라의 발전 차이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비엔날레 ‘특별전’은 주제전이 열리고 있는 엑스코에서 차로 30여 분 거리에 있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중이다. <변해가는 북한 풍경 1950-2008>, <공간유영>, <숨겨진 4인전> 에 총 25명의 작가 작품 250여점이 선보이고 있다.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관람객들의 발길은 북한 사진에 몰렸다.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사진인데다 북한 자체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앤 윌크스 터커도 북한 사진전에 제법 오래 머물렀다. 젊은이들은 디지털 마인드에 기초한 신세대 작가들의 <공간유영>전에 몰렸다.

신수진 큐레이터는 “젊은 작가들의 개성적인 시각을 통해 변화하는 사진의 수사학을 조명하고, 현실과 허구 사이의 공간을 어떻게 창조해가는 가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5- 구본창 전시 총 감독
6- 앤 윌크스 터커 휴스턴 미술관 사진담당 큐레이터
7- 진동선 큐레이터

■ 구본창 전시 총 감독
"한국 사진 높아진 위상 보여줘"


“이번 비엔날레의 가장 큰 성과라면 세계 사진 전문가들에게 한국 사진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1일 엑스코 전시장에서 시간을 가진 구본창 대구사진비엔날레 전시총감독은 지난 9월 일에 쫓겨 피곤해하던 때와는 달리 여유와 보람이 묻어났다. “외국에서 세계적인 사진 관계자들이 많이 왔는데 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한ㆍ중ㆍ일 3국의 사진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게 매력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구 전시감독에 따르면 이번 비엔날레에 세계 사진관계자 주요 인사의 5분1이 방문한 것같다고 한다.. 사실 이번 비엔날레가 성공리에 개최된데는 구 전시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1988년 <사진, 새 시좌전>을 열며 한국사진사의 지형 변화를 가져오고 해외에 국내 작가를 알리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내년과 내후년 미국에서 한국 사진작가들의 사진전이 열릴 계획이고 독일 유수의 출판사에서 한국 작가를 소개할려고 합니다. 한ㆍ중ㆍ일 3국의 사진전이 한 자리에서 개최되다보니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고 한국 사진의 힘과 가능성이 외국 전문가들에게 어필됐다는 게 구 전시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작가를 대상으로 나름대로 기회를 제공한 반면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적고 전시 기간이 짧아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감상할 수 없는 게 아쉽다고 했다.

■ 앤 윌크스 터커 휴스턴 미술관 사진담당 큐레이터
"한국 사진에서는 역동성이 느껴져"


비엔날레 하일라이트 중 하나인 포트폴리오 리뷰 행사에서 사진작가들의 시선은 온통 한 사람에 쏠렸다. 미국 사진계의 대모이자 세계 사진계에 영향력이 있는 앤 윌크스 터커 휴스턴 미술관 사진담당 큐레이터다.

“한국사진에서는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사진은 다양성을 띠면서도 공통된 ‘주제’를 담고 있는 인상입니다.”

한국 사진의 ‘매력’에 대해 묻자 그는 ‘역동성’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한ㆍ중ㆍ일 3국의 ‘내일의 기억‘전에서 특히 한국작가들의 사진을 주목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그 ‘역동성’에 한국 사진의 가능성을 보앗다고 한다.

그는 자연, 인간의 정체성, 사진의 시간성(기록성) 등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3국 중 ‘한국전’이 그에 가장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전하는 사진들이 자연과 인간, 도시 개발을 다루고 여성성을 이미지화한 것을 보고 한국인들의 심성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긍정적인 시각이다.

특별전인 <변해가는 북한 풍경 1950-2008>,을 보고는 분단국가에 대한 남다른 관심도 나타냈다. 문득 한국의 사진보다 한국, 한국인에 더 많은 애정이 있는듯 보였다.

■ 진동선 큐레이터
"한국사회 스펙터클한 문화지형 그려"


주제전 ‘내일의 기억’전 중 한국전을 담당한 진동선 큐레이터는 ‘삶의 감각 : 재인식의 눈’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데 대해 진 큐레이터는 “ ‘삶의 감각’은 변화된 시간 앞에 놓인 삶의 현재성으로서의 시대의 눈을 의미하며, ‘재인식의 눈’은 그것을 향한 사진가의 오늘의 시선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12명의 한국 사진가들의 개성적인 눈을 통해 9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스펙터클한 문화지형을 그려 보이며, 또 이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잃고 놓치고, 망각하면서 살아가는지를 바라보게 하려고 기획했습니다.”

‘한국전’은 우리의 문화지형으로부터 사라져갈 것들, 사라져가고 있는 것들, 이미 사라져서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중심 테제로 한다. “한 때의 삶의 풍경으로서 사진의 기록성을 강조한 것인데 이러한 사진성을 통해서 우리의 문화지형의 안팎을 스펙터클과 스펙트럼으로 비추는 것을 중심 의도로 삼았습니다.”

진 큐레이터는 ‘내일의 기억’전의 특성과 관련 “한ㆍ중ㆍ일 3국의 공통사항인 각 국가들의 후기산업사회 이후 근대화 과정, 발전과 진보 앞에서의 문화적 현상과 상징, 그리고 비교적 젊은 세대 사진가들로부터 투영된 컨템포러리 이미지들을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 3국의 디지털문화와 후기산업사회와의 연관성에서 한국은 가장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어 장차 세계 사진계에서 한국 사진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