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미술대가 10명 신세계 본점 갤러리 재개관 맞아 45년 역사 되짚어

푸르던 작가들의 모습은 세월 따라 희미해졌지만 연륜이 더해진 작가들의 열정과 작업 정신은 더욱더 빛을 발한다.

1963년 개관한 신세계 본점 갤러리는 30여년이 지난 1995년에 임시 폐관을 결정했다.

그리고 13년이 흐른 오늘에서야 굳게 닫혔던 문이 열렸다. 이에 갤러리 45년 사를 되짚는 의미로 신세계 본점 갤러리는 10명의 원로 중진 작가와 함께 <세월에 담은 형상전>을 개최한다. 70~80년대를 풍미했던 작품들을 다시 한번 추억 속에서 꺼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이번 전시에 초대되는 10명의 작가들은 지난 시절 신세계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작가들 가운데 현재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구상미술의 대가들이다.

1970년 신세계 화랑에서 권옥연 전을 가졌던 권옥연(85) 작가는 <세월에 담은 형상전>에서 최근 작품 <귀향>과 <꽃>을 선보인다. 한국근대미술의 제2세대로서 신비한 내면세계가 담겨져 있는 그의 작품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먼 기억의 세계를 더듬는 독특한 환시작용을 유도한다.

권옥연 작가와 더불어 입체파 풍의 구조적인 추상을 지향해 온 문학진(85) 작가는 콜라주 작품 <테이블 위>(2008)와 유화 작품 <꽃다발>(2007)을 소개한다. 계속해서 제주출신 원로작가 변시지(82) 화백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주로 제주의 바람과 바다와 말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변 화백의 작품에는 형언할 수 없는 비애와 고독감이 녹아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98년 작품 <폭풍>과 95년 작품 <섬아이들>을 선보인다.

또한 ‘인간 시리즈’의 황용엽(77) 작가는 최근 작 <나의 이야기>와 82년에 그린 <인간>을 소개해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한편 회화 작가들뿐만 아니라 원로 조각가들도 전시를 통해 함께 한 세월을 노래한다.

변시지 '섬아이들'

종교와 진리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물음을 던지면서 이를 조각으로 승화시켜 온 최종태(76) 작가는 <기도하는 사람>(2008)과 <2인>(1976)을 소개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만나는 주변인을 모티브로 작업을 하는 조각가 임송자(68)는 <사월의 달>과 <봄이 오는 소리>를 선보인다. 김효숙(63) 작가의 <동그라미>와 <동그라미-꽃잎>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그밖에 류병엽(70), 황영성(67), 한운성(62) 등 한국미술의 산 증인들이 총 40여 점의 작품을 내놓는다.

신세계 갤러리 지명문 관장은 “이번 전시에는 과거 작품을 비롯해 당시의 도록, 사진 등의 자료가 소개되고, 최근 작품 경향을 알 수 있는 신작들도 함께 출품된다”며 “20~30년을 아우르는 세월의 흐름 안에서 구상미술의 발전을 주도하고 시류와 유행에 편승하지 않은 작가들의 고귀한 예술세계의 핵심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다시 힘찬 출발을 알리는 신세계 갤러리가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함과 동시에 창조적인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는 밝혔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