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연 등 작가마다 기발한 상상력 재기발랄 필치 선보여

사람과 함께 바둑을 두고 있는 동물, 상 위에 털썩 걸터 앉아 있는 개, 어딘가 몽환적인 표정의 고양이 등….

서울 신사동 가로수 길에 조그만 ‘동물원’이 하나 들어선다. 진짜 동물들? 아니 동물들을 주제로 한 그림전이다. 얼갤러리에서 11월 20일~12월 19일 열리는 ‘예술 속의 동물들 Ⅱ(Animals in ArtⅡ)展’.

이번 동물을 주제로 한 전시회는 지난 해 3월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해는 홍경택 임만혁 안윤모 등 인지도 높은 중견 작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올 해 전시에서는 30대 남짓의 신진작가들이 주로 명함을 내밀었다. 강우원 강지만 김명화 구교수 서영아 이경미 최민건 등. 동물과의 교감과 더불어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다시금 보다 충실한 주제의 작가들로 엄선했다.

“동물들은 사람에 비하면 순수한 존재라 할 수 있죠. 사람에게서 천대도 받고 대접도 받지만 한 번쯤 동물에 대해 다시 한번 자각해 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전시 담당 백선경씨는 “동물들을 주제로 한 작품들 만을 모아 각기 다른 시각에서 다른 얘기들을 펼쳐 보고 싶었다”고 전시회의 취지를 설명한다.

8명의 젊은 작가들은 각자 4~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동물이라는 공통분모를 앞세워 기발한 상상력과 재기 발랄한 필치를 엿보게 해 준다.

“같은 동물이라도 각기 다른 작가적 시각으로 표현되어 응집된 것이 이번 전시의 주제입니다. 작가들의 각기 다른 시선과 탁월한 묘사력으로 표현된 동물들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유쾌함과 순수함을 느끼게 하며 동시에 동물과의 소통을 쉽고 편하게 이해시켜 줄 것입니다.”

5- 이경미 金Ranken oil on canvas 60,x72cm 2008
6- 강지만 못된개 69x105cm 혼합재료 2008
7- 강지만 훈수 140x140cm 혼합재료 2008
8- 서영아 위를보다 91X72cm oil on canvas 2008

얼갤러리 박은숙 대표는 “두가지 큰 시선으로 보면 작가 자신이 동물이 되어 동물의 시선이 되는 작품과, 사회적인 이슈로서의 동물이 인간을 풍자하는 작품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참여한 작가 모두 동물만을 전문으로 그린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은 동물 위주의 작품들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원래 개를 주제로 많은 작품을 그리는 곽수연은 개를 통해 고독한 현대인을 묘사해 낸다. ‘고양이 전문’으로 유명한 이경미 또한 어김없이 고양이 주제의 작품들을 여럿 보여준다.

동물 묘사에서 새로운 시도도 눈길을 끈다. 약간은 어두운 이미지를 보이지만 작가 강우원의 작품에서는 동물의 초상이 클로즈업 되면서 글이 위 아래로 적혀져 있다. 대부분 현대 사회의 암울한 구석을 비판하는 사회적 메시지. 어둡고 밝은 망점을 활용해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기법도 인상적이다.

역시 개를 많이 그리는 구교수의 작품에서는 동물이 사물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동물이 사물과 결합, 생명도 사물도 아닌 복합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때문. 원래 동물을 많이 그리지는 않지만 강지만도 기꺼이 동물을 주제로 한 작품을 내놓았다.

동물들을 주제로 한 전시회는 이채롭지만 여느 전시회처럼 예술적이라거나 고차원적이지는 않다.

우리 주변에 있는 친근하면서도 단순한 대상인 동물들을 표현함으로써 대중들이 보다 더 쉽게 예술에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전시회의 의의이자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된 동물들을 통해 다시 한번 사람 사는 세상의 친숙함이나 따뜻함을 엿볼 수 있다면 갤러리를 찾은 소득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하나의 특별한 관람 포인트! 이번 동물전시회에는 애완견이나 다른 동물들과도 함께 관람 출입이 허락된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