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세기 서유럽회화 베일을 벗다플랑드르·네덜란드·프랑스 화파 등 주요작품 76점 선보여

볼수록 아름답고 신비로운 서유럽 회화의 베일이 벗겨졌다.

17~18세기 서유럽 미술을 주도한 플랑드르 화파, 네덜란드 화파, 이탈리아 화파, 프랑스 화파, 스페인 화파의 주요 작품들이 한국을 찾은 것이다. 이와 더불어 빛과 그림자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렘브란트의 에칭 작품도 함께 공개해 렘브란트의 창작 세계와 진화 과정, 컬렉션 역사까지 아우른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2009년 2월 26일까지 열리는 <서양미술거장전 : 렘브란트를 만나다>전시는 러시아 국립푸시킨미술관이 소장한 컬렉션 가운데 렘브란트의 에칭 작품 26점을 비롯해 서양미술의 황금시대를 빛낸 거장들의 회화 50점 등 총 76점의 걸작들을 소개한다.

전시작품 가운데서는 연대적으로 17세기 ‘플랑드르’ 거장들의 회화가 가장 앞선다. 플랑드르 화파는 작품 속에 내적 통일성과 함께 독특하고 창의적인 개성들을 다양하게 등장시키는 특징이 있다.

‘화가들의 군주이자 군주들의 화가’라고 일컬어지며 유럽 전체를 그림으로 지배한 천재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가 플랑드르를 대표하는 거장 중 한명으로 이번 전시에서 그의 전형적인 작품 <성 도미니크에게 묵주를 주는 마리아>를 만날 수 있다.

선명한 명암 표현이 압권인 이 작품은 마리아가 도미니크 수도회의 성 도미니크와 카타리나에게 묵주를 전하는 장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카톨릭 선교에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풍속화라고 불리는 장르화의 거장들 역시 플랑드르 화파의 명성을 이루어 냈는데 ‘안토니 반다이크’가 영국 체류 시기 후반에 그린 2인 초상화로 등장 인물들의 내면적 고결함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한 <도비니 부인과 포틀랜드 백작 부인>과 물질세계에 담겨 있는 넘치는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눈부시게 묘사하고 있는 ‘야코프 요르단스’의 <폴리페모스의 동굴 안의 율리시스>, ‘얀 다비츠존 더 헤임’과 ‘얀 피트’의 장식적 정물화들이 플랑드르 화파의 대표 걸작들로 전시를 빛낸다.

1- 이탈리아화파, 조반니 파올로 파니니 '로마 라테라노 산 조반니 성당의 내부'
2- 네덜란드화파, 렘브란트 하르먼스존 판 레인 '나이 든 여인의 초상'
3- 프랑스화파, 프랑수아 부셰 '헤라클레스와 옴팔레'

플랑드르 화파가 바로크의 장엄한 색채를 보여주고 있다면 ‘네덜란드’ 화파는 소박한 시민의 취향이라고 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전통적으로 미술가들을 후원했던 귀족 세력의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시장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미술 역시 시민계급의 취향과 사고방식을 따르게 된 것이다.

시골 풍경을 전문으로 하는 화가 ‘얀 요세프스존 판 호이언’과 산을 주로 그린 ‘야코프 이삭스존 판 라위스달’, 농민의 일상을 즐겨 묘사했던 ‘이삭 얀스존 판 오스타더’ 등이 네덜란드 화파를 형성한 대표 작가들이다.

이들과 함께 ‘렘브란트 하르먼스존 판 레인’도 네덜란드 미술계가 낳은 거장으로 이번 전시에서 그의 창작 인생 완숙기에 해당하는 작품 <나이 든 여인의 초상>을 선보인다. 렘브란트는 회화, 에칭, 데생 등에서 천재성을 발휘하며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서유럽 전역에 걸쳐 조형 예술의 다양한 영역에 혁신적 영향을 끼친 거장 중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다.

계속해서 이번 전시를 통해 17~18세기 ‘이탈리아’ 화가들의 걸작들도 만나볼 수 있다. 이탈리아 미술은 지방마다 다른 다양한 미술적 전통에 영향을 받아 각기 다른 화파와 스타일을 창조하며 발전한 것이 특징이다.

나폴리의 여류 화가 ‘엘레나 레코’가 그린 <물고기, 거북이, 장어가 있는 정물>이나 로마를 대표하는 작가 ‘조반니 파올로 파니니’의 <로마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성당의 내부>, ‘폼페오 지롤라모 바토니’의 <성가족> 등과 같은 신고전주의풍 유화 작품들이 이탈리아 화파의 독창적인 전통과 스타일을 대변해 주고 있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 화파는 동판 작품으로도 유명한데 볼로냐 화파의 계승자들이 도달했던 빼어난 미술적 완성도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조반니 프란체스코 바르비에리’의 걸작 <나팔 소리를 듣는 성 히에로니무스>를 전시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서유럽 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파가 있다면 단연 ‘프랑스’ 화파일 것이다. 서정성과 로코코 양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프랑스 화파의 17세기 중심에는 ‘니콜라 푸생’이 있다.

주로 고전 작가들의 작품이나 고대 역사나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주제화 했던 푸생은 영웅주의, 도덕적 모범과 같은 정서를 시각적으로 창조하려고 애썼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푸생의 초기작 <사티로스와 요정>은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상상의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자연이 보여주는 서정적인 감정이 조화를 이뤄 일체감이 두드러진다. 17세기 프랑스 미술을 주도한 또 한명의 거장 ‘클로드 로랭’은 푸생과는 달리 풍경화에 주력했다.

<다리 위의 전투(막센티우스 황제와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전투)>와 같이 상상 속 고전 풍경들을 주제로 한 그의 회화는 양감과 빛의 전이에 주안점을 둔다. 18세기 들어서는 고전주의로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한 프랑스 미술계에 루이 15세의 첫 번째 궁정화가 ‘프랑수아 부셰’가 등장한다.

부셰는 18세기 프랑스 귀족 사화 풍조를 반영한 에로틱 회화의 대가로 남녀간의 농밀한 성애를 묘사하는데 능하다. 그의 대표작 <헤라클레스와 옴팔레>는 에로틱한 감각과 세련된 회화적 완성미의 결합이란 측면에서 선배인 플랑드르의 거장 ‘루벤스’와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밖에 감성과 열정이 돋보이는 스페인 화파의 대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과일 파는 소녀>와 죽음과 삶의 허무를 표현한 작품들을 주로 선보였던 ‘안토니오 데 페레다 이 살가도’의 <회개하는 마리아 막달레나>, 종교화의 거장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의 <성모자> 등 17세기 스페인 미술의 황금시대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러시아 국립 푸시킨미술관의 바딤 사드코프 학예실장은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300년 전 예술계의 트렌드와 17~18세기 서양회화 황금기의 특색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