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송영옥·옻칠 공예 전용복 명작 선보여, 이수경 작품도 주목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 더 많은 인기를 누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국내 경매 시장을 찾는다.

오는 12월 5일 두 번째 경매를 앞둔 옥션별은 이번 경매에서 현대미술 작품 100여 점을 비롯해 70여 점의 고미술품과 자선경매를 위한 출품작 30여 점에 이르기까지 총 2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출품작의 대다수는 구상계열 작품들로 각각의 작품에는 사회성과 시대성이 함축적으로 반영돼 있다. 그 가운데서도 일본의 제국주의와 피지배 민족의 설움을 담은 작품을 선보여 온 ‘송영옥’ 작가의 작품과 일본의 전통혼례장인 메구로가조엔을 복원한 것으로 유명한 옻칠작가 ‘전용복’의 작품이 특히 눈에 띈다.

실제로 ‘송영옥’ 작가는 제주 출신 원로화가 ‘변시지’ 화백의 선배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송영옥 작가 역시 제주 출생으로 1930년대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 오사카미술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1950년대 후반부터 도쿄에서 앙데팡당과 자유미술전, 평화미술전을 중심으로 수 차례 개인전을 갖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였다. 송영옥 작가의 생애는 한마디로 현대사의 아픔과 상처라고 할 수 있다.

첨예한 남북 이데올로기의 대립 상황과 재일 한국인으로서 받는 차별과 멸시, 그리고 가난이라는 극한의 현실체험을 사실적 어법으로 표현해 냈다. 더불어 그는 베트남 전쟁,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인한 참상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현실 참여적 성격이 강한 주제를 주로 다루었다.

특히 말년의 자신의 절규와 부유하는 정체성, 인간사의 부조리 등을 ‘개’의 모습으로 의인화한 작품 <싸우는 개>, <고독의 왕자> 등은 송영옥 작가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힌다.

이번 옥션별 경매를 통해 선보이는 작품은 1990년 일본자유미술협회전에서 평화상을 수상한 <백제관음상>으로 한국의 정서를 가지고 일본풍의 이미지를 창조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작가를 지배해온 파괴적인 생각을 치유하는 그림으로 이번 경매 출품작 가운데 최고 추정가(20억~30억)를 기록중이다.

송영옥 작가와 함께 경매에 소개되는 또 한명의 재일교포 작가 ‘전용복’은 이미 옻칠의 종주국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사라져가던 옻 문화를 부활시킨 장본인으로 통한다.

27세의 나이에 처음 옻칠을 접한 전용복 작가는 그 매력에 빠져 독학으로 작업을 시작했고, 전통 방식을 재연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제작 방식을 연구하고, 다양한 문양을 선보이는 등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창조한다.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그의 옻칠공예는 1991년 일본의 연회장 ‘메구로가조엔’ 복원작업을 통해 전성기를 맞게 되는데 3년에 걸친 작업 결과 그는 일본 최고의 칠예 영웅이자 조선 옻칠의 장인이라는 명성을 얻는다.

이를 계기로 2004년에는 일본 세계 최대 칠예 미술관인 ‘이와야마 칠예 미술관’을 개관, 이 곳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칠예 작품 <이와체의 혼>을 발표한다.

그밖에 그는 글로벌 시계회사 ‘세이코’의 명품시계 ‘크레도스’의 디자인을 옻칠로 제작해 개당 6억원이 넘는 가격으로 전 제품을 매진 시킨바 있다. 이번 경매를 통해 나무판 위에 옻칠 작업을 한 그의 2005년 작품 <율동>과 <기다림>(2006)이 각각 추정가 800만~1,000만원에 출품된다.

옥션별의 천호선 대표는 “송영옥 작가와 전용복 작가 모두 국내 경매 시장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다”며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에서 활약하는 대표적인 한국 작가들로 뛰어난 작품성에 비해 재일교포라는 이유로 국내에서 등한시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국 작가들이 본토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할지 경매 결과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또 한명의 한국 작가 ‘이수경’의 작품도 옥션별 경매에 소개된다.

이수경 작가는 주로 인주나 부적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경면주사’로 그림을 그리거나 깨진 백자 조각들을 이어 붙여 작품을 선보이는 등 독특하고 실험적인 시도로 국내에서 주목 받는 작가 중 한명이다.

올 초 그는 일본의 에치고 트마리와 한국의 안양 신도시 지역 거주자 200~300명에게 공자, 노자, 성모마리아, 예수, 부처, 마호메트 등 성인 혹은 신들의 모습에서 비롯되는 선호도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토대로 <가장 멋진 조각상>이라는 두 점의 작품을 제작했고, 작품을 통해 종교에 대한 그의 관심과 이를 넘어선 소통의 의지를 드러냈다.

<가장 멋진 조각상>과 더불어 전통적인 석채로 관음보살, 미륵불 등의 뒷모습을 5폭의 병풍에 그린 <이동식 사원>, 경면주사를 재료로 화면 가득 불꽃을 단순한 선의 드로잉으로 선보인 <불꽃>, 깨진 백자 조각들을 모다 전통적인 도자기 보수방식으로 다시 이어 붙인 <번역된 도자기> 등과 같은 작품들은 기존의 관념과 제도를 직설적인 어법으로 비트는 이수경 작가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경매에서는 이 작가의 경면주사 작품들이 소개되는데 2006년에 제작한 <불꽃>과 2007년 작품 <번식드로잉>이 각각 1,000만~1,200만원의 추정가로 출품된다. 경면주사의 경우 그림의 재료일 뿐만 아니라 정신을 안정·진정시키는 작용으로 상시 복용하면 신과의 소통도 가능하다고 전해질만큼 효염 있는 약재로도 활용되기 때문에 컬렉터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2회 옥션별 경매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개최되고 11월 25일부터 12월 5일까지는 신세계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프리뷰 전시를 통해 경매에 나오는 170여 점의 다양한 작품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