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색화서 수묵담채로 전환 구상과 추상 경계 넘어

40여 년을 한결같이 하나의 대상에 천착해온 화가의 그림 속엔 우리가 알던 대상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익히 안다고 생각했던’ 대상을 제대로 보지 못해왔는지도 모르겠다.

40여 년간 ‘보리’를 주제로 택해 ‘보리작가’로 잘 알려진 박영대 작가. 그의 작품 속엔 향수를 머금은 보리가 아닌, 강렬한 색채 속에서 불꽃처럼 피어나는 존재가 보일 뿐이다. ‘보리’에 대한 전혀 새로운 해석, 작가 데뷔 40주년을 맞아 인사동 공화랑에서 11월 28일부터 12월 9일까지 <박영대 초대전>이 열린다.

작업 초기, 보리와 나무, 그리고 산 그대로를 구상화로 그려왔던 그는 1980년대부터 차츰 추상화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작품의 성향이 크게 변화된 시기는 1990년대부터 2000년 즈음.

그는 채색화에서 수묵담채로 형식과 재료를 전환하면서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특한 작가세계를 구축해갔다.

한지 위에서 보리를 그리고 찢고 구겨서 재구성하는 형식을 시도했고 그를 통해 한지처럼 느껴지지 않는 입체감과 생명력 넘치는 리듬감을 살려낸 것이다. 이번 전시는 그 변화의 기록이며 동시에 과정이다.

박영대 작가의 지칠 줄 모르는 ‘보리’에 대한 사랑과 그 안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 이에 대해 미술평론가 최병식경희대 교수는 ‘장구한 기간동안 내면적 변신을 거듭해온 대하드라마를 읽고 있는 듯한 순수함과 일관성’이 읽힌다면서 ‘그가 말하는 보리는 이제 향수와 고향의 의미라기보다 생명과 자신의 투영’이라고 작품을 평했다.

1942년 청주 생으로, 홍익대 대학원 회화과(동양화 전공)를 졸업한 박영대 작가는 1981년 한국화랑 초대전(뉴욕)을 시작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국내외에서 20여 회의 개인전과 30여 회의 단체전을 가지는 등 넓은 반경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1996년 영국에서 열린 전시회를 통해서는 대영박물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었다.

현대미술 한.일전 창립대표로, 한국과 일본의 작가들의 교류 전을 10여년간 이어가며 국제문화교류에 상당한 공로를 쌓아오고 있는 그는 그 공로를 인정 받아 일본의 살롱 드 블랑에서 국제문화대상과 공로상을 수상한 바 있다. 02)735-9938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