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人의 재기 발랄한 작가 다시 뭉쳤다김병진·노미리등각기 다른 재료 사용 설치작업 영상으로 공간 채우기

‘빈 공간을 채워나가다’라는 의미를 이름 속에 품고 있는 인더박스 갤러리. ‘채우다’가 주는 정적이고 소극적인 이미지가 아닌, 동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느낌의 ‘채워나가다’는 인더박스 갤러리가 추구하는 이상향이기도 하다.

‘십자가 전’ ‘조명 전’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지난 1년간 공간을 채워온 인더박스 갤러리는 개관 1주년을 맞아 <박스 안에 담긴 세상 展>이 한창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1월 개관 이후 인더박스 갤러리에서 기획전을 열어온 김병진, 김선두, 김태은, 노미리, 박형만, 배성미, 윤가현, 주창만, 홍지윤 등 9명의 재기 발랄한 작가들이 다시 모인 자리다.

이들 작가들이 각기 다른 재료로, 그러나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소재로 만든 설치작업과 영상은 공간을 채워가는 문화적 행위가 일상적 행위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투명 비닐박스를 벽돌처럼 쌓아 구조물을 설치하고 관객들이 직접 구조물 내부에서 걸어 다니며 작품의 ‘속’과 비닐박스를 통해 뿌연 ‘바깥’을 볼 수 있게 한 ‘관계에 대한 진실’(노미리), 스틸을 소재로 공간 속에 또 다른 공간을 창조해낸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배성미), 네모진 라이트 박스 위에 빨강, 노랑, 검정, 진분홍 색을 칠하고 꽃과 새, 천사를 동양화적 필치로 그려낸 ‘Minstrel, Romance, and Fantasy’(홍지윤-음유, 낭만 그리고 환상), 피어 오름과 사그라짐을 가진 폭죽의 비극적 양면성을 삶에 빗대어 알미늄으로 표현한 ‘싱그러운 폭죽’(김선두) 등이 발길을 묶는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위치한 인더박스 갤러리의 1주년 기념전은 오는 12월 22일까지 계속된다.

배성미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왼)
홍지윤의 'Minstrel, Romance and Fantasy'(오른)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