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적 조합 속 아름다운 매력수작업 고집하며 다양한 시도 콜라주·드로잉 작품 국내 첫선

이질적인 요소들이 한 화면 안에 공존하며 결합돼 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들의 조합은 섬뜩하면서도 아름다운 매력을 발산한다.

유럽과 미국에서 감각적이고 신선한 콜라주 작품으로 한국을 알리고 있는 여성 작가 ‘에바 은실 한(36)’(이하 에바)이 국내에서 첫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서울 I M ART(아이엠아트) 갤러리에서 12월 30일까지 콜라주와 드로잉 작품 30여 점을 선보이는 에바는 현재 벨기에 브뤼셀에 거주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일러스트레이티브 08(Illustrative 08)’에 한국 작가 최초로 초청되기도 했다.

잡지 사진을 활용한 포토몽타주(Photomontage)기법이나 대상을 전혀 예상치 못한 공간에 배치하는 데페이즈망(Depaysement)기법, 타이포 그래피 기법 등 에바가 작품에 사용하는 기법들은 엘 리시츠키(El Lissitzky), 한나 회흐(Hannah Hoch), 막스 에른스트(Max Ernst) 등의 다다이즘 또는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업과 많이 닮아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디지털 재료의 사용을 거부함은 물론 기계적인 힘을 빌리지도 않으며 창작의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고집한다. 결국 다다이즘이 표방한 ‘반현대주의’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에바는 “실제로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가 추구했던 바와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창작을 위해 콜라주 작업을 선택하게 됐다”며 “내게 있어서 창작이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일단의 감정이나 생각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다양한 기법을 작품에 활용함으로써 이전 회화 작업 때는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던 머리 속 이미지와 감정들을 작품 안에 풍부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에바는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보다 더 잘 표현하기 위해 구아슈(gouache)와 연필 등을 사용해 기하학적인 선과 도형을 오려낸 사진에 첨가한다.

이 선과 도형들은 작품 속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의도적으로 비워진 나머지 공간과 대비를 이루면서 실재적인 공간을 창출한다.

결과적으로 기하학적 선과 도형들은 외부로부터 단절된 자아를 다시 세상과 연결시켜주면서 또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엮어주기도 하는 매개체로 작용하는 것이다. 더불어 이들은 작품과 관객이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관객들에게 자유로운 상상의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 , , , 등의 최근 콜라주 작품을 비롯해 연필을 사용한 드로잉 등 미공개 드로잉 작품에 이르기까지 에바의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아이엠아트 갤러리의 김주아 큐레이터는 “30여 점에 달하는 에바 은실 한의 작품들은 명확하고 기계적인 것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경시되어왔던 이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자유로운 상상과 사고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며 전시 취지를 설명했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