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첼로 모음곡 연주곡 반열에

네덜란드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에는 4대에 걸친 모계가족이 등장한다. 가족을 이룬 여성들의 삶을 담담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1996년)을 비롯 수많은 상을 휩쓸었던, 논란과 화제의 페미니즘 영화이기도 했다.

이미 오랜 시간이 흘러 전체적인 분위기외에는 기억나지 않지만 유일하게 선명한 장면은 아이가 타다 간 ‘그네’를 통해 시간을 흐름을 보여주던 부분이다.

유럽의 아름다운 전원의 계절 변화가 보여지는데, 그때 흘러나온 음악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 1번 ‘프렐류드’였다.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시각과 청각적 이미지를 동시에 꺼내올 수 있는 건, 상승과 하강의 반복적 대화와 긴장과 여운에서 삶과 세월이 느껴지는 음악의 힘이지 싶다.

20세기 첼로의 성인이자 아버지로 불리는 파블로 카잘스, 만일 그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영화 속 바흐의 첼로곡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열 세살 꼬마 파블로 카잘스는 바르셀로나의 고서점에서 오래된 악보 뭉치를 발견하고 25살에 처음으로 무대 위에서 선보이는데, 그 곡이 바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이었다.

당시까지만해도 첼로 연습곡이란 인식에 불과했던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의 가치를 훌륭한 연주곡의 자리에 올려놓았던 ‘역사’로 기록된다.

1876년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나 한 평생 첼로와 함께, 진정한 휴머니스트로 살다간 그의 열정의 기록이 굿인터내셔널에서 10장의 음반으로 묶여 나왔다.

1973년 10월 22일 영면한 그의 서거 35주년을 기념한 음반으로 약 한세기에 걸쳐 연주해온 바흐 무반주 첼로모음곡 전곡,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브람스, 드보르작, 슈만, 엘가 등 20여 명의 작곡가들의 곡을 담았다.

명망높은 실내악단이었던 ‘카잘스 트리오’(카잘스의 첼로, 티보의 바이올린, 코르토의 피아노)의 연주도 슈베르트, 멘델스존, 베토벤, 슈만 등으로 구성된 두 장의 앨범으로 묶였다. 특히, 파블로 카잘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은 그의 나이 60세가 되서야 비로소 녹음된 곡으로, 장장 3년에 걸친 거장의 숙고와 깊은 울림이 전설처럼 전해진다.

90여년 동안 단 하루도 첼로 활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그는 훗날 자신의 삶을 이렇게 회상했다. “내가 예술가인건 사실이지만 예술을 실현하는 과정을 보면 나 역시 하나의 육체노동자입니다. 나는 일생동안 그래왔어요”라고.

전제덕의 'Another story-한국사람'

한국의 투츠 틸레망, 전제덕이 한국의 가요를 재즈적 감성으로 담았다. 광화문 연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우울한 편지 등 한국 가요 명곡을 재즈하모니카로 새롭게 해석해낸 2년 만의 3집 앨범이다. 원곡 이상의 감동을 안기는 앨범 속엔 故김현식 아들 김완제가 아버지 연주곡 ‘한국사람’을 노래로 불러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 이노경의 'CaTrot'

재즈와 트롯이 만나면 어떤 멜로디가 탄생할까? 버클리 음대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 이노경은 2집까지 재즈와 뉴에이지를 결합한 서정적 연주를 시도한 것과는 달리 이번 3집 앨범에서 독특한 장르 혼합을 시도했다. 재즈스탠더드, 개인 오리지널 곡 등 총 14곡이 담긴 앨범 속에는 트로트곡 ‘애수의 소야곡’ ‘정든 배’의 재즈적 변신이 담겨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