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라디오 문화의 변화음성변조 아닌 '텍스트 투 보이스' 프로그램으로 소리 생성

“사이버 DJ‘윌슨’기계음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윤성현(31) 한국방송(KBS) 라디오 PD가 COOL FM(89.1MHz)의 새벽방송(2시~3시)인 <올댓차트>에 나오는 배구공 캐릭터의 사이버 DJ, ‘윌슨’의 기계음은 자신이 입력하는 원고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텍스트 투 보이스(Text to Voice)’ 프로그램에 의한 것이라고 최초 공개(?) 했다.

윤 PD는 2일 서울 여의도동 한국방송(KBS) 라디오국에서 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배구공 캐릭터의 사이버 DJ로만 알려온 것과 달리 “‘윌슨’의 실체는 담당 PD인 나 자신”이라고 처음으로 밝혔다.

당초‘윌슨’캐릭터는 작년 4월 윤 PD가 조연출 했던 <메이비의 볼륨을 높여요>에 등장했다. 한 청취자가 DJ 메이비에게 보내온 사람 얼굴 모습이 그려진 배구공에 이름을 붙이고 캐릭터화해 ‘윌슨’이라는 이름으로 기계음을 내보냈다.

작년 4월부터 같은 채널에서 방송하던 <메이비의 볼륨을 높여요>에 출연하던 사이버 DJ ‘윌슨’을 윤 PD가 <올댓차트>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주인공으로 삼아, 작년 10월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청취자가 ‘윌슨’의 목소리를 음성변조로 추측하는 것과는 다른 셈이다.

윤 PD는 “‘윌슨(Wilson)’은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주인공 톰 행크스가 무인도에 표류했을 때 떠내려온 배구공을 친구삼아 부른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4월초 <메이비의 볼륨을 높여요>에 한 청취자가 보내온 사람 얼굴모양의 배구공에서 ‘윌슨’의 캐릭터화가 비롯했다. <메이비의 볼륨을 높여요>에서는 현재도 PD가 중간중간 ‘텍스트 투 보이스(text to voice)’프로그램을 이용해 DJ와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배구공 캐릭터의 사이버 DJ ‘윌슨’이라고만 소개하고 있다.

윤 PD는 <메이비의 볼륨을 높여요> 조연출이었을 때 사이버 DJ 윌슨을 처음으로 사용했으며, 작년 10월 <전영혁의 음악세계>의 후속으로 독자적인 방송을 하면서 ‘윌슨’을 DJ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윤 PD는 “새벽에 깨어 있어야 하는 청취자 층을 고려해 특이하고 독특한 스타일의 목소리를 고민하다 기계음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제작비 절감의 효과적인 프로그램 기획에 대한 회사의 요구 역시 윌슨이 탄생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안티’는 이제 하나의 추억이 됐다. <올댓차트>의 청취율은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다. 윤 PD는 “‘마가린에 기름을 칠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너는 뭘 믿고 그리 건방지냐’는 청취의견을 올리는 사람도 있었다”며 “위로보다는 독설 화법을 구사하는 방송 내용을 놓고 당혹하며 우려하는 선배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윤 PD는 “(윌슨이) 가식적으로 다독여주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솔직하게 휴머니티를 보여 오히려 좋은 반응을 얻게 된 것 같다”며 “라디오를 통해 무엇인가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기 보다는 독특한 방법이지만 그 시간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고 위로를 주는 방송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PD는 이어 “새벽시간 대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들을 고려했을 때 마니아 층만을 위한 방송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영방송은 꼭 보수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일갈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