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건축에 화두를 던지다4人의 건축가 사진·드로잉·애니·실용적 오브제 등 선보여

현대미술의 개념 확장과 방향성에 대한 탐구가 건축계를 주시하고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2008 한해를 마무리하며 미술과 건축의 크로스장르 전시를 기획했다.

미술과 다른 예술 장르 간의 교차점을 보여주는 전시는 그 동안 많이 이루어져 왔지만 이번 2008 크로스장르-건축제안展 <경기도미술관@안산>은 미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건축이라는 장르에서 새로운 화두들을 발견하고 건축가들을 통해 이슈를 직접 들여다보며, 미술과의 결합 효과를 살펴보는 취지로 진행된다. 더 나아가 예술계 새로운 패러다임까지도 제시하고자 한다.

<경기도미술관@안산>이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안산시의 역사적, 문화적, 지형적 특성을 중심으로 건축가들이 사진 및 드로잉, 애니메이션, 실용적 크기의 오브제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출품작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오브제이면서 동시에 분리하거나 재조합 하면 테이블, 의자 등과 같은 가구로 변신해 미술관 로비를 신개념 스트리트 카페로 전환시킨다.

전시를 위해 현대 건축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각국의 내로라 하는 건축가들이 모였다.

헤이리에 있는 딸기 테마파크를 설계한 국내 건축계의 젊은 주역 조민석을 비롯해 미국에서 활동하며 LA에 건축사무소 이나바(INABA)를 설립한 제프리 이나바(Jeffrey Inaba)와 덴마크의 피엘오티 아키텍츠(PLOT Architects)와 비야케 잉겔스 그룹(BIG:Byarke Ingels Group)의 설립자 비야케 잉겔스(Byarke Ingels), 중국 북경 출신으로 2006년 뉴욕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고 2008년에는 ICON이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건축가 20인에 속한바 있는 마얀송까지 이들 4명의 건축가가 안산시에 소개하는 4가지 건축적 제안이 흥미와 기대를 이끌어낸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경제 불황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확대나 축소가 가능한 건축모델을 제시함으로써 건축물의 규모 조절을 통해 예산상의 변화를 수용하고자 했습니다. 건축물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크기나 실물크기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20~30%, 혹은 50%까지도 축소·확대된 다양한 규모를 이룰 수 있는 거죠. 물론 이런 형태들이 극단적으로 변화된 크기라고 할지라도 기능상으로는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건축물이 단순한 흥미거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형태를 창조하면서 변형된 형태에서도 다목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죠. 결국 건축물은 규모의 경제를 가져야 함과 동시에 크기와 상관없이 효용이 있어야 합니다.”

전시 기획을 총괄한 제프리 이나바는 이번 전시의 취지를 전하며,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건축가로서 어떻게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도시개발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건축물의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경제성과 실용성역시 간과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나바는 이정표이자 광장의 중심 역할을 하는 랜드마크 프로젝트 <이쪽으로 (Walk This Way)>를 소개한다. 화살표 그래픽을 차용한 이 작품은 안산시의 발전계획지역을 가리키는 화살표와 도심지역을 가리키는 나머지 화살표로 나뉜다. 미술관 로비에서는 전시장과 안내데스크를 가리키는 화살표로 바뀌어 해석되기도 한다.

1- 조민석의 작품 '변종 아파트와 로봇 타워' (Mutated Slads and RoboticTowers)
2- 마얀송의 작품 '아름다운 마음' (Beautiful Mind)
3- 비야케 잉겔스의 작품 '도시의 다공성' (Urban Porosity)

<이쪽으로 (Walk This Way)>가 정보제공에 초점을 맞췄다면 비야케 잉겔스의 <도시의 다공성(Urban Porosity)>는 안산시에 밀집한 아파트들이 만들어내는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도시 광경에 변화를 시도한다.

건물을 구성하는 여러 개의 블록은 일정한 규격이 있어 실용성을 띤다. 그물망 형태로 배치돼 유선형을 완성하는 블록들은 인공 건축물이지만 능선이나 계곡 같은 자연 풍경과 닮아 있어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도시 풍경을 창출한다. 미술관에서는 책을 놓는 서가이자 의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비야케 잉겔스는 <도시의 다공성(Urban Porosity)>프로젝트에 대해 “일상적이고 평범한 공간도 참신한 개념이 투영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생기 넘치는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얀송의 <아름다운 마음>역시 안산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인공 건축물이다. 도시인들의 사유와 영감을 자극하기 위해 계획된 이 프로젝트는 문화적 피라미드 형태로 각 공간에 강의실, 예배당, 갤러리 등과 같은 시설을 배치해 경계를 뛰어넘는 아이디어 창조에 주력한다.

건물 제일 끝에 달린 영감 주머니는 건물의 마음으로 사색에 적합한 공간이다. 건축물이 아닌 가구로서 <아름다운 마음>은 사람들이 앉아서 독서나 학습할 수 있는 소파가 되고, 끝 부분의 촉수는 불을 밝히는 램프가 된다.

<아름다운 마음>을 소개하며 마얀송은 “이 작품은 실용적인 측면보다 건축물과 디자인에 담긴 상상력이 중요하다”며 “향후 기회가 되면 <아름다운 마음>의 작품세계를 하나의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해 아이디어의 참신성과 독창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육면체 블록과 실린더라는 단순한 형태가 해체와 재조직이 가능한 입체 퍼즐의 열린 형태로 완결되는 조민석의 <변종 아파트와 로봇타워(Mutated Slabs and Robotic Towers)>는 안산시라는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과 함께 동적인 도시 풍경을 창출한다.

가구 규모로는 의자와 테이블이 돼 미술관을 개성 있는 휴식공간으로 변화시킨다. 더불어 제3의 규모인 장난감으로도 디자인된 <변종 아파트와 로봇타워(Mutated Slabs and Robotic Towers)>는 미니어처 기념품 역할까지 한다.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 조민석은 “크로스장르 건축 제안전을 통해 예술 자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고민해보게 됐고, 건축가로서 미술에 도전한 시도가 외도를 한 것처럼 참신한 경험이 됐다”며 “작품들은 전시가 끝나도 철수하지 않고 미술관에 소장돼 스트리트 카페로서의 기능을 다하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