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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딜리아니의 '노란색 스웨터를 입은 잔 에뷔테른'
이루어질수없는 사랑을 암시
종횡무진하는 그림 도둑들, 영화속 잘 녹아 있는 오리엔탈리즘





정준모 미술비평, 문화정책





미술은 언어이다. 하지만 너무나 개인적이고 독창적인 까닭에 우리는 그들의 언어의 독해에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미술작품이 지닌 뜻을 헤아리고 그 작품을 통해 영화를 이끌어 가는 계기로 삼거나 영화의 반전을 암시하는 장치로 사용해 왔다. 이렇게 영화 속에 미술은 영화의 또 다른 은유나 비유로 활용되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왔다. 영화 속의 미술이야기를 통해 영화의 미술의 통섭의 세계를 만나보았으면 한다.

그림을 예술이나 문화적 유산이라는 생각보다는 돈이 되는 상품으로 그것도 가끔은 세금을 포탈하거나 비자금을 은닉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진 부박한 교양인들의 경우 미술품, 그림은 혐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을 대신해서 실현시켜주는 영화의 속성상 그림 도둑과 관련된 영화들이 많이 제작 상영되었다.

그림 도둑들이 도둑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교양 있고 수준 있는 도둑으로 그려진 영화로는 존 맥티어난(John McTiernan Jr)이 감독한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The Thomas Crown Affair, 1999)이 있다.

품위 있고 부자인 토마스 크라운(피어스 브로스넌(Pierce Brendan Brosnan)과 르네 루소(Rene Marie Russo)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그림도둑과 훔쳐간 그림의 뒤를 ?는 보험회사 여성직원 간의 두뇌싸움과 사랑싸움이 영화의 재미를 배가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원전은 1968년 스티브 매퀸과 페이 다나웨이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 원작에서의 은행털이를 그림도둑으로 바꾸었다.

여기에 이 영화와 같은 해에 제작된 또 한편의 그림도둑 영화가 있다. 007시리즈에서 영원한 제임스 본드라 불렸던 숀 코네리(Thomas Sean Connery)와 그의 상대역으로 미모의 CF 모델인 캐서린 제타존스(Catherine Zeta-Jones)가 등장하는 <앤트랩먼트>(Entrapment, 1999)이다. 역대 제임스 본드가 그림도둑을 맡아 경쟁을 벌인 셈이다.

하지만 이미 1991년 동양에서 만들어진 그림도둑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있다. 우리 감수성에 더 맞는 때문이기도 하고 당대에 멋진 두남자 저우룬파(周潤發)과 장궈룽(張國榮) 그리고 <가을날의 동화>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종추홍(鐘楚紅)이 출연했던 <종횡사해, 縱橫四海, Once A Thief, 1991>가 그것이다.

이제는 헐리웃에서도 인정받는 우위썬(吴宇森)이 감독을 맡은 이 영화는 그림을 훔치는 전문털이범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홍콩 느와르 특유의 남자들의 우정과 의리 그리고 형제애와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적 사랑 이런 것들이 항상 짠하게 화면을 적신다. 게다가 이제는 중년이 되어버린 당시의 청소년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으로 가슴깊이 새겨진 영화이기도 하다.

그림과 골동품을 전문으로 터는 아조(저우룬파)와 아조의 애인 홍두(종추홍), 의동생 점(장궈룽)은 노련한 솜씨와 미인계 그리고 지혜가 삼위일체를 이루면서 환상적인 그림도둑으로 자리 잡았다.

1- 앵그르의 '그랑드 오달리스크' 1814. 18-19세기 유럽의 동양에 대한 무한한 동경은 많은 화가들이 오달리스크를 주제로 자기 나름의 양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현상을 낳았다.
2- 영화 '종횡사해'에 등장하는 모딜리아니의 '노란색 스웨터를 입은 잔 에뷔테른' 1918-19
3- 영화 '종횡사해'속 명화인 폴 데시에 틀로이베르트의 '할렘의 하녀'
4- 모네의 '일본여인(기모노를 입은 카미유)' 1876. 18-19세기 유럽화단의 동양, 특히 일본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 화풍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한 컬렉터의 의뢰로 전시를 위해 파리에서 니스로 운송 중인 작품을 훔쳐 줄 것을 의뢰받고 이를 성공시킨다. 하지만 이 그림을 되 훔쳐오라는 갱들의 주문에 다시 훔치려 시도한다. 하지만 괴한의 습격을 받고 아조는 사고를 당해 실종되기에 이르고. 그 후 아조의 애인 홍두는 아조가 죽은 것으로 알고 점과 결혼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사부와 갱단의 모략이었던 것. 그후 불구가 되어 다시 나타난 아조는 그들과 예전의 호흡을 맞추어나가는데.

파리에서 니스로 가던 그림은 당시 서양의 화가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던 동양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폴 데시에 틀로이베르트(Paul Desire Trouillebert, 1829-1900)가 그린 <할렘의 하녀> (Servante du harem, 유화, 130 x 97 cm, 니스미술관 소장, 1874)이다. 영화에서는 그림 전체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신비감과 낮선 표정, 우수에 젖은 눈매 등은 오리엔탈리즘에 젖어있던 당시의 유럽사회의 분위기를 잘 담아내고 있다.

17세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번성했던 고전주의와 계몽주의로부터 인간본연의 감성과 욕망에 충실하자는 의지로 등장한 18세기 낭만주의의 한 경향인 이국취미는 동양에 대한 연모와 동경으로 많은 예술작품에서 드러난다.

이후 유럽 상류층은 미술이나 음악에서 중국이나 터키의 정취가 담겨있는 작품들을 선호했고 여기에 예술가들은 19세기에 들어와 항해술이 발전하고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직접 여행을 하면서 그 경험과 인상을 그림에 담았다.

이런 대표적인 예술작품으로는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Türkischer Marsch, 1778) 이나 고전주의 화가 앵그르(Jean Auguste Dominique Ingres, 1780~1807)는 <오달리스크>(유채, 91X162cm, 루브르미술관 소장, 1814년), 터키탕(캔버스에 유채, 110×110cm, 루브르미술관, 1862년) 같은 동양적인 주제의 작품을 일찍이 그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동양에 대한 무한한 동경은 오달리스크라는 주제로 부쉐, 마티스, 르느와르 등의 화가들이 자기 나름의 양식으로 그렸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동양에 경도되었던 화가들이 있다. 고흐와 고갱 그리고 모네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일본화를 유화로 옮겨 그리기도 하고 기모노를 입은 서양여지들을 그리기도 했다.

또 모네는 한술 더 떠 지베르니에 일본식 정원을 꾸며놓고 살았다.

사실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미학의 근거는 동양 그것도 특히 일본이었다. 일찍이 서구와 교류를 가졌던 일본은 당시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한 중국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유럽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당시 유럽인들에게는 동양에 대한 관심과 교양을 갖출 수록 세계화, 국제화된 사람으로 인정받는 상황이었다.

또 <종횡사해>에 등장하는 그림으로 우리 눈에 익은 것은 목이 길어 삶아 기구하고 슬펐던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1920)가 그린 <노란스웨터를 입은 쟌느>( Jeanne Hebuterne with Yellow Sweater,1918–19, 유화, 100 x 64.7,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이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옮겨와 화가로서 마약과 술과 그리고 오직 예술만으로 짧고 굵은 삶을 살았던 모딜리아니가 14세 연하의 애인으로 자신이 죽자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자살을 결행한 여인 쟌느 에뷔테른(Jeanne Hebuterne,1898~1920)을 그린 이 그림의 사정을 감독이 알았는지 몰랐는지 모르지만 그는 이 작품을 훔쳐오는 것으로 아조와 홍두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아픈 사랑을 암시하려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쟌느의 얼굴표정이나 모습이 매우 동양적이라는 점에서 모딜리아니도 당시 동양에 대한 유럽인들의 관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영화에서 그림만큼 볼만한 장면은 역시 아조가 휠체어를 타고 열쇠를 훔치기 위해 홍두와 왈츠를 추는 장면은 압권이다. 여기에 붉은 포도주가 든 잔으로 레이저 망을 피하는 곡예를 보는 듯 한 장면은 가슴을 졸이게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눈여겨 볼 것은 <엔트랩먼트>에서 제타 존스가 보여주는 비슷한 장면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오리엔탈리즘이란 유럽이 일방적으로 바라본 동양에 대한 인상이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 눈과 관점으로 우리를, 그리고 세계를 다시금 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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