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 울려 퍼진 희망의 노래두번째 방한, 앙코르 끝없는 박수와 함성 흥겨움에 눈물까지 감동의 물결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외곽에 자리한 슬럼가 마을 ‘고르고초’. 스와힐리어로 쓰레기를 뜻하는 이 곳은 도시의 온갖 쓰레기들이 밀려 드는 최하 빈민촌이다. 하지만 이 마을 출신 어린이들로 구성된 ‘지라니 합창단’은 지금 서울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노래 부르고 있다.

‘앙코르, 앙코르, 또 앙코르…’ 끊임없이 이어지는 박수와 함성, 그리고 흥겨움에 더해지는 눈물까지.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 방한한 지라니 합창단이 국내에서 갖는 공연 마다 보이고 있는 한결 같은 반향이다. 과연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관객들에게 감동의 물결을 선사하게 하는 것일까?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솟아 있는 고층빌딩들이나 곳곳에 보이는 근사한 저택들과 달리 도심에서 외곽으로 벗어나면 마치 다른 나라인가 싶을 정도로 이질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사시사철 높고 푸른 케냐의 하늘 아래 쓰레기가 산처럼 모여 언덕을 이루고 있는 슬럼가.

지라니 합창단은 이 슬럼가 고르고초 마을에서 태어났다. 일년 내내 쓰레기를 태우는 검은 연기와 먼지로 뒤덮인 이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일용직 근로자. 대낮에도 쓰레기장을 배회하며 본드와 마약에 취해 살거나 먹을 것과 벌이가 될 만한 것을 구하기 위해 쓰레기장을 뒤지는 모습이 이 곳 아이들이 처한 대부분의 현실이다.

그런 이들에게 희망의 싹이 심어진 것은 불과 2년 전. 지라니문화사업단(임태종 회장)이 이곳 어린이들에게 노래를 통해 구원과 사랑의 손길을 내밀면서 부터다.

“처음 이 마을 어린이들의 눈에는 힘이 없었습니다. 지독한 가난함 그 자체 때문이 라기 보다는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지금 합창단 어린이들의 눈은 초롱초롱하기만 합니다.” 아내 강동희, 딸 상민양과 함께 마을 현지에 상주하는 곽희문 사무총장은 “지라니합창단에서 달라진 어린이들의 눈빛은 이 마을 어디를 가더라도 마주치는 다른 아이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라고 전한다.

지금 지라니 합창단원은 모두 80여명. 이 중 26명이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지금 한국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 아프리카 민요는 물론, 한국 노래, 교회 찬송가 등으로 이루어지는 공연 프로그램에서 이들은 아프리카 특유의 음색으로 영혼을 울리는 소리를 낸다는 찬사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네이션 미디어 그룹의 존 무치리 기자, 지라니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임태종 목사, 나이로비 시교육청의 셀라 모니아푸 장학관, 지휘자 김재창 예술감독

지난 12월초 방한한 이들 한 달 동안 갖는 공연은 무려 23회. 워낙에 지라니합창단의 노래를 찾는 요청이 넘쳐나고 있어서다. 또 거의 전 공연이 만석을 기록할 만큼 반응도 뜨겁기만 하다. 객석에 보조 의자를 놓거나 서서 보는 이들도 적지 않을 정도. 때문에 강행군을 벌여야 할 만큼 빡빡한 일정이지만 지라니 어린이들은 전혀 피곤함을 잊은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갖는 오해라면 아프리카 사람들은 노래를 매우 잘 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글쎄요. 노래는 모르겠는데 춤 하나만은 대단합니다.” 처음 현지에서 합창단원 모집에 나서고 오디션을 진행하는 일부터 참여한 지휘자 김재창 예술감독은 “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아이들이 도레미…도 모르고 학교에서 음악 교육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소리가 나면 깊은 소리가 난다고 할까요.” 김재창 감독의 첫 과제는 아이들과 눈 맞추기. 빈민가 출신으로 자신감도 전혀 없고 자포자기한 듯 소리가 기어들어가기만 하던 아이들에게 그는 희망과 자부심부터 심어줬다. “소리를 크게 내고 당당하게 걸으라”는 것이 그의 첫 훈련.

아이들 노래 교육과 훈련은 물론 실제 합창단 운영하는 일도 결코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지라니합창단의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라는 것이 그의 평가. 발성은 유럽의 유명 어린이 합창단 보다 튼튼하고 음악성과 영적인 느낌에서 앞선다는 것. 다만 정확한 음계나 기교에서 약간 뒤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지라니합창단의 활동은 케냐 현지에서도 커다란 뉴스다. 케냐와 우간다 탄자니아를 포괄하는 현지 최대 언론사인 네이션 미디어 그룹의 존 무치리 기자가 한국에 동행, 취재를 벌이고 있다. 그는 “지라니합창단의 노래를 듣지 못한 이들에게 조차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활동은 매우 큰 뉴스”라고 소개한다.

또 나이로비 시교육청의 셀라 모니아푸 장학관도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그녀는 “지라니 합창단은 케냐에서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 최대 수준의 어린이 합창단”이라며 “이들이 신에게서 받은 선물인 목소리로 희망을 노래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라니합창단의 활약은 국내에 그치지만도 않는다. 케냐 대통령궁에서도 공연을 가졌고 미국에서도 순회 공연을 벌였다. 예일대에서는 무려 7차례의 기립박수를 받았을 만큼 실력도 공인받았다.

“남을 돕는 방법이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그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문화를 통해서 돕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교 의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류는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한민족이 가진 문화적 자산은 전세계에 통용될 수 있는 베품의 자원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지라니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임태종 목사는 “많은 이들의 후원을 받아 세계 최고의 합창단으로 만들어 해외 순회공연도 벌이고 현지 빈민가의 교육, 구호 사업도 더 활발히 벌일 계획”이다고 밝혔다.

지라니 합창단의 일정은 2009년 1월3일까지 서울과 분당, 부천, 정읍 공연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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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