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연정을 연주하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은 평생 피아노 작품만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쇼팽만큼 피아노 안에 넘치는 시정과 극한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작곡가도 드문데, 그에겐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피아노 협주곡도 단 두 곡뿐이다. 이 두 작품을 세계 클래식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젊은 중국인 피아니스트 랑랑이 녹음했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2번>은 작곡 순서에서 2번이 1번에 앞선다. 먼저 쓰여진 2번 F 단조에 첫 사랑 콘스탄티아에 대한 연정이 우아함, 놀라움, 그리고 동경으로 담겨있다면 1번 E단조에는 한없는 섬세함, 눈부신 화려함,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활기로 가득 차 있다.

랑랑은 그가 가진 파워풀한 타건과 명징한 음색을 건반 위에 수놓으며 섬세하면서도 힘을 잃지 않는 연주를 해내고 있다. 협연한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지휘: 주빈메타)와의 호흡도 밀도 있게 흐른다.

연주할 때마다 상상의 화폭을 펼치는 그는 쇼팽의 두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2번 F단조는 누군가에 대한 동경과 같아요. 그는 여전히 부끄럽게 말합니다. 1번 E단조는 훨씬 눈부십니다.

이미 그녀를 발견한 듯하죠. 그리고 이런 차이는 두 피날레를 특징짓는 춤곡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F단조 협주곡의 마주르카는 우아하고 더 뒤에 작곡된 E단조 협주곡의 크라코비아크는 개방적이고 활달합니다.

진전이 있는 거죠.”(마주르카와 크라코비아크는 폴란드 춤곡으로, 쇼팽에 의해 예술적으로 승화되었다.) 2008년 11월 유니버설에서 나온 이번 앨범은 지난 6월 21일, 세계 최고의 음향을 가진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라인잘에서 레코딩 되었다.

“현재 클래식 음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피아니스트”(뉴욕타임즈)라는 찬사가 쏟아지는 한편, TV쇼 출연 등 대중 친화적 행보에 대한 일각의 힐난 역시 공존하는 랑랑. 그는 단연 클래식계의 ‘핫 이슈'다.

■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의 '더 스웰시즌'

아일랜드 더블린의 무표정한 거리.

길 위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그’와 음악을 통해 그의 마음속에 들어온 ‘그녀’의 이야기는 2007년 인디영화 <원스>로 태어났다. ‘그’, 글렌과 ‘그녀’, 마르케타가 부르는 노래로 마치 86분 분량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했던, 영화 속 그들은 배우 이전에 ‘스웰시즌’이란 이름으로 결성된 듀오다.

이번에 소니BMG에서 발매된 앨범 <더 스웰시즌>은 팀이 결성된 해인 2006년 작이다. <원스>OST에도 담겼지만 편곡이 다른 네 곡, ‘Falling Slowly’, ‘When Your Mind's Made Up’, ‘Lies’, ‘Leave’와 감성의 결을 같이 하는 새로운 6곡이 담겨있다. 호소력 짙은 ‘This Low’와 분출하는 듯한 ‘Leave’, 몽환적인 ‘The Moon’이 발군이다.

■ 이소정의 '쇼팽 앤 더 걸'

연주된 쇼팽이 아니라 노래로 불린 쇼팽이다. 지난해 보컬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한 뮤지컬 배우 이소정(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미스사이공' 주인공 '킴'을 맡았던 유일한 한국배우)의 두 번째 앨범.

그녀가 직접 가사를 붙인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와 에뛰드(연습곡)가 재즈로 편곡되어 스윙감 넘치는 풍성함을 전한다. ‘이별의 곡’ 이외에 쇼팽의 작품을 노래로 부르는 시도는 드물지만 그녀의 지적인 음색과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에뛰드 12번 '혁명'을 노래한 ‘Love has begun(사랑은 시작되었네)’과 ‘빗방울 전주곡’을 보사노바풍으로 편곡한 ‘Suddenly(갑자기)’, 김소월의 시를 피아노 ‘장송 행진곡’에 붙인 ‘초혼’이 유난히 귀에 감긴다. 재즈계 실력자인 재즈 피아니스트 배장은이 이소정과 공동프로듀싱과 연주를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