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포리아'는 극도의 쾌감과 행복을 느끼는 감정 상태를 일컫는다. 마약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이러한 비정상적 상태는 우리 주변의 넘쳐나는 시각적 자극들에 대한 마비를 연상시킨다.

화려하고 유혹적인 도시, 사고현장의 광경, 유리와 거울로 이루어진 건물들은 해체되고 파편화되어 돌아와 내재된 시각 기억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기억'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하는 정재호의 회화는 그 중 시각기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진 이미지를 모태로 작업을 하는 그는, 사실적 묘사가 아닌 형상을 단순화하고 패턴화하며 인공적 색채들을 부각시킨다.

정재호는 이번 전시에서 디지털 드로잉 작업을 처음으로 선보이는데, 원래의 이미지에 계속해서 삭제하거나 덧붙임으로써 변형을 가한다는 작업방식을 통해 시각 기억의 변형을 좀 더 과장적으로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를 위해 월 페인팅 '유포리아'를 설치해 선보인다. 월 페인팅 작업은 한정된 캔버스를 벗어나 해방감을 제공하고 공간감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시도로 읽힌다.

작가 자신의 방식으로 파편화되고 해체된 이미지를 다시 조합하면서 주관적 시각 기억을 형상화하는 그의 작품, 2008년 회화 신작들과 디지털 프린트, 갤러리 내의 벽화 설치 등 총 20여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정재호 개인전 'EUPHORIA'는 갤러리LVS에서 2월 24일까지 전시된다. 02)3443-7475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