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생각지도 못했던 것에서 얼굴 형상을 발견하고 미소를 짓는다. 자물쇠, 계량기, 건물의 한 단면 등과 같은 인공물에서 혹은 자연물에서 우리와 친숙한 형상을 발견한다.

김수현의 작품은 처음 접할 때는 생생한 색과 그 안에 규칙적이고 유연한 곡선의 흐름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리고 나서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일그러진 얼굴 형상이 서서히 드러난다.

얼굴 형상을 통해 현대사회의 다양한 군상이 표현된다. 군상은 우리의 거울이자 또한 집단의 대립과 소외 관계를 예리하고 명료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작품에서 표현되어지는 거울의 반사 기능으로 말미암은 내면세계의 반성과 각성은 보는 이들 각자의 몫이다.

마블링(물과 기름이 서로 섞이지 않는 성질을 이용한 것으로 우연의 효과를 살려 작품을 제작하는 기법)이라는 '의도적인 우연성'에 기초해 표현한 그의 작품 속에서 발견되는 형상들에 각자의 의미를 부여해보자. 갤러리반에서 3월 17일부터 3월 30일까지. 02)324-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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