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의 대립을 통해 자본주의 시대가 만드는 무한경쟁의 비극과 폭력성을 그린 러시아 희곡이 원작. 발표 당시부터 수많은 논란과 이슈를 제기했고 초연 당시, 공연 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구시대의 몰락과 새로운 시대의 혼란스러운 이데올로기를 그렸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며 1981년부터 전 유럽에서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7년 공연 당시, 쉬지 않고 쏟아내는 철학적 대사와 완벽한 논리로 관객들에게 긴장과 감동을 주었고, 무게감 있는 수작이라는 평을 들은 바 있다.

이 작품은, 학생들이 시험지가 들어있는 금고의 열쇠를 받기 위해 선생님의 집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양심을 버릴 수 있다는 학생들의 논리는 빠른 전개와 설득력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뿐만 아니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과 배우들의 노련함이 더해져 관객에게 풍성한 지적 유희와 연극적 감동을 선사한다. 소련을 배경으로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잘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다.

극 중에서 드러나는 도덕의 붕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 거짓, 모함 등은 입시 경쟁과 학력위조가 판치는 지금의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는 듯하다.

완성도 높은 구성과 배우들의 열연, 지적 유희와 더불어 우리의 어두운 '현실'을 조망할 수 있다. 3월 12일부터 3월 29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2)760-4800~1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