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각미술] '별의 문자'등 촉각 도서 시각장애인에 예술 체험의 길 열어줘

1-지하철 감각여행
2-점이 모여 모여
3-생애 처음 만나는 유물
4-별의 문자 _ 자음
5-별의 문자 _ 모음

시각적 표현과 수용이라는 제한에서 벗어나 오감중 하나인 손의 감각, '촉각'을 활용한 그림책이 늘어나고 있다. 시각장애아, 비장애아 모두를 위한 촉각도서를 지속적으로 내온 '빛을 만지는 아이들'은 1일 촉각그림책인 '감각숫자_먼지.마리.그루.방울'을 펴냈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지난 2월 8일 유물촉각도서인 '생애 처음 만나는 유물'을 펴냈다. '창작과 비평'은 지난해 점자 촉각 그림책 '점이 모여 모여' 를 펴낸 바 있다.

촉각 미술은 일차적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예술에 대한 유일한 접근의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최근의 촉각그림은 비장애인에게도 새로운 감각을 되살려 예술을 체험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쪽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창작자의 입장에서도 촉각미술은 창작의 매개를 한가지 더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순수 미술계에서는 30여년 동안 장갑이라는 한가지 소재를 사용한 섬유예술 작업을 펼쳐온 정경연(53.여) 홍익대 미대 교수의 활동이 대표적인 예다.

정 작가는 손장갑에 색을 칠해 캔버스에 붙인 작품으로 관람객이 시각뿐 아닌 촉각으로 작품을 느끼게 했다. 작가 자신도 시각이라는 한가지 오브제의 제한에서 벗어나 촉각이라는 매개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촉각미술의 본격화가 눈으로만 보는 것으로 여겨져왔던 미술의 패러다임을 어느정도까지 변화시킬 것인지 주목된다.

감각으로 인지하는 그림

'빛을 만지는 아이들'이 펴낸 '감각숫자_먼지.마리.그루.방울'은 말 그대로 먼지, 마리, 그루, 방울이 주인공인 그림동화다. 이 그림에는 깃털, 플라스틱, 수지,색종이, 아크릴 등 각종 촉감을 자극하는 소재를 넣어 그림을 형상 뿐 아니라 촉감으로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질감과 점자로 스토리를 인식하게 했을 뿐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시각에 촉각을 동원한 그림 읽기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 출판사가 지난 12월 펴낸 '별의 문자'는 더욱 예술성이 높다. 상형문자 이미지를 모티프로 자음을 표현하고 이모티콘의 이미지로 모음을 표현해 시각적 그림의 예술성 면에서도 평가받을 만하다.

지난 12월 발간한 '지하철 감각여행' 역시 예술적 완성도가 높다. 직접 눈을 가리고 지하철을 타며 경험한 것을 토대로 왼편은 시각장애인이 인지하는 구도로 지하철의 내부를 그린 촉각그림을 넣고, 오른쪽에는 일반인이 인지하는 구도와 동일한 촉각그림을 그렸다.

일반인이 인지하는 구도와 그림의 형태에 올록볼록한 점자를 덧댄 것에 불과한 여태까지의 촉각그림과 완전히 다른 형태의 그림을 그린 것이다.

김지나 '빛을 만지는 아이들' 소장은 "인간의 감각을 시각으로만 인지하는 것은 편협하다는 생각"이라며 "시각예술의 경계를 넘어 감각미술이 복원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으로 느끼는 고대예술품

국립전주박물관이 만든 '생애 처음 만나는 유물'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대표유물 6가지를 촉각도서로 만든 것이다. 이 책에는 유물의 형태를 촉각 효과가 높은 UV점자 형태로 표현해 유리벽 안의 유물을 손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

이는 시각장애인, 비장애인 모두에게 예술품을 수용하는 한가지 감각을 더 열어주는 효과를 낸다. 그동안 박물관의 음성안내에 따라 소리로만 유물을 상상할 수 있었던 시각장애인에게는 촉각이라는 한가지 경험을 더 늘려줬다. 유리벽 안의 유물을 눈으로 보는 데만 만족해야 했던 비장애인들에게도 손으로 만지며 유물을 경험하는 한가지 감각을 되돌려준 것이다.

국립전주박물관 관계자는 "공공박물관으로서 사회적 약자인 시각장애인의 역사나 유물에 대한 경험과 이해를 넓히게 하자는 의도에서 기획했다"며 "유물책뿐 아니라 터치뮤지엄 코너에 박물관 소장 복제 유물을 전시해 관람객들의 체험의 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한가지 이야기가 있는 촉각그림

'창작과 비평'이 지난해 펴낸 '점이 모여 모여'는 첫 장의 점에서 시작해 선이 됐다가 점점 움직이면서 꽃과 사람이 되는 일관성 있는 스토리라인을 갖춘 촉각그림책이다.

점에서 시작한 선은 책장을 넘길수록 모이면서 선을 이룬다. 데굴데굴 굴러가는 선과 오르락내리락하는 포물선을 따라가다 보면 읽는 사람은 별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게 돼있다.

이 작품은 장애아와 비장애아 모두에게 시각과 촉각을 동원한 감각을 통해 점, 선, 면이라는 기본적이지만 필요한 개념을 심어주는데 주안을 뒀다는 설명이다. 그림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연결되는 '아코디언' 형태를 띠고 있다.

책을 만든 엄정순(47.여) 한국시각장애인예술협회 회장은 "시각장애아 뿐 아니라 비장애 어린이들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그림"이라며 "작은 단위에서 시작한 점, 선이 높은음자리표, 하트가 되는 과정을 보며 아이들이 점층적 과정에서 결과가 나온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