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작가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의 원작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를 각색한 작품. 한 맹인학교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뤘다.

1964년 발표되었고, 스페인 내전으로 암울했던 시기와 독재정권이 장악했던 시대를 모두 관통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극 중에는 맹인 교장 선생님과 앞을 보는 교감 선생님, 그리고 그들을 부모처럼 따르는 천진난만한 학생들이 등장한다.

여기서 맹인학교는 진실을 볼 수 없는, 혹은 보기를 거부하는 유약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상징하는 것. 평화롭게 지내던 그들에게 ‘혼란’이라는 감정을 갖게 한 건, 전학생 ‘시우’의 등장. 어둠 같은 현실 속에서 빛을 갈망하는 시우는 현실의 모순 속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온 존재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랑을 갈망하고 희망을 꿈꾼다.

학생들은 점차 외면하고 있던 현실에 대한 자각과 의문으로 괴로워한다. 이런 맹인학교의 변화를 거부하는 ‘기로’는 ‘시우’의 논리에 맞서려 하나, 그 역시 점점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결국 시우를 살해한 기로 역시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없듯 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맹목적으로 살아가던 이 세상에서 진실에 직면해야 할 순간이 있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다. 4월 10일부터 4월 26일까지. 설치극장 정美소. 02)3672-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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