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환예술기법' 석판화로 세르반테스 연장선상에서 해석

1616년 4월 23일은 세계 문학사의 두 개의 거성이 떨어진 날이다. 세계적인 대 문호, 영국의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스페인의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타계한 날인 것. 유네스코는 이 날을 ‘세계 책의 날’로 지정했다. 이 날 즈음, 문학과 미술이 소통하는 전시가 열린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판화로 담아냈다. 1956년부터 1958년까지 완성한 돈키호테 시리즈는 달리가 그전까지 사용을 거부했던 석판화라는 점과 ‘탄환예술기법’을 탄생시켰다는 점, 그리고 돈키호테에 대한 달리의 독특한 시각이 표출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석판 인쇄용 잉크를 잔뜩 담은 납 판을 석판에 발사하고 석판에 부딪혀 납작해진 탄환에서 생긴 효과가 ‘탄환예술기법’이다. 달리의 발명 이후, 이는 당시 세계 미술계의 트렌드가 되기도 했다.

석판화 위에서 새롭게 태어난 돈키호테 시리즈에 도취된 달리는 자서전 ‘달리, 나는 천재다’에서 이렇게 외치고 있다.

<오늘, 호세 포렛이 내 탁자 위에 희안한 ‘돈키호테’ 한 권을 펼쳐 보였다. 마침내 나는 이렇게 외쳤다. “달리여! 기어코 세르반테스를 그려냈구나. 얼룩 하나 하나가 풍차도 되고 거인도 되었구나. 네 작품은 책 속의 거인이로다. 어디 그뿐이랴. 이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석판화 작품의 결정판일지니. 달리! 브라보, 브라보!”>

심리학에서 돈키호테는 원작자의 의지와는 다르게, 현실감각을 실추한 채 정의 실현을 위해 무모하고 저돌적으로 행동하는 인간형으로 분류된다. 살바도르 달리는 세르반테스의 연장선상에서 돈키호테를 해석해낸다.

이상을 향해 돌진하는 에너지의 핵과도 같은 초인적인 돈키호테. 일평생 독특한 삶과 예술세계로 살다간 달리에게 돈키호테 시리즈는 자화상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었을까.

돈키호테 시리즈 25점을 만날 수 있는 ‘살바도르 달리의 돈키호테 판화전’은 종로구 관훈동에 위치한 윤갤러리에서 4월 22일부터 28일까지 만날 수 있다. 문의 T. 02-738-1144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