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일 시인 개인전1998년 경남 하동군 평사리 봄 풍경 사진에 고스란히 담아

시인 민병일 씨가 지난 7일~13일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에서 첫 사진전을 열었다. 시인으로 활동하던 90년대 중반, 훌쩍 독일로 유학 간 그는 로텐부르크 괴테 인스티투트를 수료하고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공부했다.

문화, 예술, 미술과 디자인을 공부하는 동안 그는 틈틈이 사진을 찍어왔다. 유학시절 해인사의 ‘고려대장경’을 학술적으로 집필하고 새로운 시각의 예술사진에 담아 당시 독일 예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박완서 소설가와 함께 티베트와 네팔를 여행하고 출간한 기행 산문집 ‘모독(1997)’의 사진을 찍었다.

1998년 경남 하동군 평사리의 모습을 프레임에 담은 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섬진강변 하동 평사리의 봄 풍경이 사진 위에 고스란히 담겼다.

시골의 빈 집과 담쟁이덩굴을 찍은 ‘유예의 시간’, 햇볕 쬐는 들판과 등 굽은 노인의 뒷모습을 대비 시킨 ‘여기서 아름다운 청춘을 보냈지’, 양철 지붕 아래 홀로 식사를 하는 표정을 그린 ‘외로운 사람은, 또한 신비롭다’ 등 20여점의 작품이 선보였다. 옹기종기 모인 낡은 집들과 여기 저기 핀 들꽃 등 정겨운 시골 모습이 옛 정취를 느끼게 한다.

왼쪽부터 소설가 박완서, 문학평론가 박혜경, 시인 정호승, 시인 곽재구, 시인 서홍관, 시인 나해철, 문학평론가 임우기

그가 찍었던 작품은 모두 1998년에 찍었던 것이다. 이제, 평사리의 옛 모습은 개발로 자취를 감추었다. 민병일 시인은 “지금, 십여년 전의 평사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로텐부르크에서 그리워했던 평사리는 영원히 멈춘 시간의 수레바퀴처럼 사진 속에서 흔적만 남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후 사진전을 찾은 오정희 작가는 “이제, 이 공간이 다 사라졌다는 점에서 너무 안타깝다. 이 사진이 역사의 한 장면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가수 한대수 씨는 “사진에서 나오는 토속적인 느낌과 한옥을 닮은 사진 액자가 함께 환상을 이루고 있다”고 감탄을 자아냈다. 이날 오후에는 박완서, 정호승, 곽재구, 이경자, 박혜경 등 문인과 민주당 전현희 의원 등이 찾아왔다.

2시부터 와 있던 박완서 작가는 전시회가 끝날 때까지 사진을 감상하며 애정을 표시했다.

“예전에 나와 함께 ‘모독’을 작업하기도 했어요. 민병일 시인의 사진을 좋아해요. 여기 전시된 사진도 참 좋아.”

13일 끝난 전시는 5월 1일부터 5일 경남 하동군 양악면 평사리 문학관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열린다. 또 6월에는 ‘2009 독일 노르트아르트 국제 예술 전시회’(6월 13일~9월 27일)를 통해 해외에 소개될 예정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