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국제무용제·의정부 국제음악극축제 등 세계적 문화도시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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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4-의정부국제음악극 축제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위성도시’는 포화상태인 서울의 기능을 일부 분담하며 지방도시와의 경계 역할을 하는 도시다. 주로 서울에 근접한 경기도 도시들을 가리키는 위성도시는 언젠가 서울로의 진입을 꿈꾸는 사람들의 임시 주거지 기능을 해왔다.

사람들이 서울에 살고 싶어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역시 문화적으로 풍족한 환경이다. 꼭 많은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도시 곳곳에서 다양하고 저렴한 공연이나 전시들을 향유할 수 있는 곳이 서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몇몇 위성도시들의 문화 인프라를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고양, 성남, 의정부 같은 도시들은 복잡하고 메마른 분위기의 서울보다 훨씬 풍요롭고 여유있는 문화 인프라를 구축해 인근 주민과 심지어 서울시민까지 경기도로 오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공연예술의 중심이 경기도로 옮겨간다는 것은 섣부른 예단이지만, 경기도민들의 문화적 만족도가 서울시민의 그것에 뒤지지 않게 됐다는 것은 분명한 변화다.

성남국제무용제, 덩치 키워 세계 노린다

지난 25일 막을 올린 성남국제무용제는 국내외 우수 무용단들의 공연과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들로 꾸며지는 메머드급 무용 축제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성남국제무용제는 5월 2일까지 성남아트센터와 율동공원, 남한산성, 모란시장 등 성남의 주요 지역에서 개최한다.

이번 무용제는 예년보다 규모나 내용 면에서 더욱 풍성해졌다. 우선 해외 8개국 10개 단체와 국내 30개 단체가 참가한다. 국내외 무대를 통해 찬사를 받아온 우수 작품들은 물론, 동서양의 문화 교류를 위해 기획된 국가 간 공동제작 프로젝트, 영상 및 재즈음악 등 타 예술장르와의 획기적인 접목을 시도한 크로스오버 작품, 그리고 지역 곳곳에서 펼쳐지는 시민참여 행사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짜여졌다.

성남국제무용제의 김효정 기획홍보팀장은 형식적으로 새롭게 재탄생한 올해 축제에는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전반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고 설명한다. “무용에서는 보기 어려운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공연의 품격을 높이고, 일반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질 좋은 공연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알토 에센 발레시어터가 영국 록 그룹 ‘퀸’의 음악으로 만든 작품 ‘퀸에 대한 경배’와 같은 대중적인 작품과 ‘댄스시어터 아일랜드’의 ‘Street Dance-Block Party’ 등 무용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이 초청된 것도 이 같은 맥락을 감안하면 이해가 빠르다.

하지만 춤 저변이 약한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큰 행사를 지속하기란 쉽지 않은 일. 그래서 무용제 측으로서도 지속적인 예산 확보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행사 진행에 있어서도 성남문화재단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김효정 팀장은 “외국의 유명한 무용 페스티벌들을 보면 중소도시에서 시작해서 그 도시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성남도 이런 국제무용제를 통해 세계적인 페스티벌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면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도시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모든 공연예술을 다 담는다,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지난 2002년 의정부 예술의 전당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시작됐던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가 올해 벌써 8회째를 맞았다. 국내 공연예술계가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중심의 대형 뮤지컬에 열광하기 시작했을 때,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는 조금 다른 꿈을 품었다.

극이라는 형식 안에 음악을 포함하고 있는 모든 장르의 공연예술을 포용하는, 이른바 ‘음악극’을 기반으로 새로운 개념의 축제를 떠올린 것. ‘음악극’이라고 하면 언뜻 오페라를 떠올리기 쉽다. 때문에 공연장을 찾는 일이 연례행사인 이들에게는 언감생심인 행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적어도 의정부에서는 기우에 속한다. 지난해 이 축제가 동원한 관객 수는 무려 총 11만 명. 과연 축제사무국 측에서 ‘국가대표 축제’라고 자찬할 만하다. 2005년 문화체육관광부 축제평가 A등급에 이어 2007년부터 2년 연속 최우수 축제로 선정되며 꾸준히 그 성과를 인정받아왔다.

백정희 사무국장은 “그동안 ‘헤멜로스’, ‘보이첵’, ‘하시리가키’, ‘보이첵’ 등 세간의 화제를 모으는 작품들을 통해, 음악극이 과연 무엇이고 다른 장르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라고 자평한다.

성남 국제무용제

이번 축제는 노르웨이, 캐나다, 폴란드, 일본, 네덜란드 등 8개국 11개의 공식초청작, 60여개의 프린지 프로그램, 국제 심포지엄과, 워크숍, 전시회 등으로 구성되어 더욱 풍성하고 수준 높은 공연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캐나다 아트서커스 단체인 세븐핑커스의 ‘로프트’, 오스트레일리아 스트레인지프루트의 ‘필드’ 등 해외 화제작을 비롯해 파란호두의 ‘비엔나의 음악상자’, 공연 창작집단 뛰다의 ‘앨리스 프로젝트’ 등 국내 작품들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인기 뮤지컬 ‘헤드윅’은 개막작으로 무대에 다시 오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의 가치는 서울의 변두리 도시 같았던 의정부의 낙후된 이미지를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재인식시켰다는 데 있다. 또 ‘음악극축제’라는 희소성과 그로 인한 명성은 실제로 의정부와 경기지역뿐만 아니라 서울과 전국으로부터의 관객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도가 새로운 공연예술의 동력으로 떠오르는 것은 양질의 콘텐츠 확보와 함께 지역적 환경을 고려한 기획이 주효한 까닭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지역 주민과 함께 만드는 축제’라는 콘셉트는 공연예술이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 같은 기획의도는 공연관람의 촉진뿐만 아니라 축제의 준비부터 진행, 프로그램에의 참여 등에 이르기까지 ‘경기도 예술’을 부흥시키는 시발점이 되고 있다.

백성현 고양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인터뷰
"어울림누리·아람누리 지역문화 양대산맥"


고양시에 위치한 어울림누리, 아람누리 두 극장들은 연극, 발레, 오페라, 클래식, 재즈, 탱고, 넌버벌 퍼포먼스 등 다양한 공연예술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서울시민들도 이들의 다양하고 수준높은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일산행 지하철을 타는 일이 다반사다.

먼길도 마다 않을 정도로 관객들의 마음을 이끄는 기획의 비결은 뭘까. 백성현 고양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에게서 고양문화재단의 공연 기획 방향과 성과를 들어보았다.

- 2004년 어울림누리극장, 2007년 아람누리극장 개관 이후 성과가 눈부시다

시민들과 융화하면서 특성화를 이뤄내기 위해 다양한 실험들을 해왔다. 지금까지의 활동을 통해 지역에서도 다양한 공연예술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점차 인정을 받아가고 있다. 일례로 꾸준히 클래식공연을 선보이면서 지역에서도 고정 클래식 팬들이 형성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의 문화적 성숙도도 점차 높아지고, 그들의 문화적 감성에도 자극을 주고 있다. 특성화된 공연을 선보이면서 점차 고양문화재단만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고, 공연예술계에 파장을 미칠 수 있는 역량이 키워졌다고 생각한다.

- 장르 별 기획 비중이나 작품의 선정 기준은 어떻게 정해져 있는가

전통적으로 어울림누리에서는 클래식을 꾸준히 선보여왔고, 최고의 음향환경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아람누리는 음악당 개관으로 그에 걸맞은 최고의 콘텐츠, 공연장을 이끌 수 있는 '리딩 프로그램'으로 작품을 선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시민들의 호응이 높은 대중친화적인 공연을 배합하는 형태로 기획공연을 올리고 있다.

재즈, 제3음악, 무용, 연극 등의 장르는 향유 관객 기반이 취약하여 지역공연장에서 선보인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공공예술기관으로서 다양한 장르의 균형 안배를 고민하고 있고 점차 관객 기반이 취약한 장르에 기획 비중을 높이고 있다.

- 관객들은 역시 도민들이 주를 이루는가. 서울시민들의 참여도는 어떤가.

어울림누리는 개관 후 5년째에 접어들면서 공연예술 중심의 지역커뮤니티센터로서 자리잡고 있다. 지역에 맞는 콘텐츠로 채우고 있어 지역주민들의 호응이 많다. 주부층과 가족 중심의 공연장에 맞게 고양시 지역 주부들의 must-have 공연이 된 '아침음악나들이' 공연을 비롯해 전시와 폭넓은 문화예술교육 강좌를 열고 있다.

아람누리는 개관 2년만에 클래식 애호층에게 최고의 공연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서울의 많은 클래식 관객층을 흡수하면서도 매 클래식 공연 관객의 최소 1/3에서 절반이 고양시를 비롯한 경기 북부 지역 시민들이라는 점은 지역에 뿌리를 둔 대표적인 전문 공연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그동안 경기도가 서울에 비해 문화 행사들이 적었고 인지도도 낮았다. 최근 경기도가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문화예술 행사들이 현재 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는가

그동안 문화소비의 구도를 보면 경기도는 서울의 문화생산물을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굵직한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들이 기획·제작 공연과 행사·교육프로그램들을 제공하며 그 구도가 바뀌고 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면서 수준도 높은 공연과 행사로 서울관객들을 역흡수하고 있고, 좋은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로 향하던 지역민들을 편안하게 자신의 주거반경 내에서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런 지역 문화 인프라는 궁극적으로는 문화예술계의 전체 파이를 늘리고, 지역의 문화적 수준과 역량을 높일 것으로 본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