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고 새싹이 움트는 봄이 오듯, 인생의 절정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예상치 않은 사랑을 만나 새로운 삶이 다시 시작되기도 한다.

러시아 작가 아르부조프의 1975년 작인 ‘시간이 흐를수록’은 삶의 절정을 지나쳐버린 중년 남녀가 우연히 만나 서로를 알게 되고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통해 잔잔한 사랑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사랑은 불꽃같이 치열하고 폭풍같이 격렬한 감정이 아닌, 삶의 굴곡을 다 겪어낸 사람만이 피워낼 수 있는 잔잔하고 사려깊은 사랑. 지독한 외로움과 가슴 저미는 고통을 겪은 이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따스한 여유와 유머가 작품 곳곳에 배어있다.

간결하고 시적인 대사와 마지막 장면의 아름다운 반전은 관객들에게 긴 여운을 준다. 발트 해를 품은 아름다운 도시, 라트비아의 리가를 배경으로 각 장마다 서정성이 뛰어난 무대를 선보인다.

특별한 사건이나 갈등 없이, 두 남녀의 대화로만 이뤄지는 2인극으로 윤석화와 정명철이 앙상블을 이룬다. 5월 7일부터 6월 5일까지. 설치극장 정미소. 02)3672-3001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