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음악, 들리는 그림] (8) 르누아르와 라벨세상의 기쁨과 환희 화폭에 담고여러가지 컬러풀한 화음으로 표현

1-르누아르
2-라벨
3-Le Moulin de la Galette 1876
4-The thinker 1876~77
5-After the Bath 1888
6-Girl at the Piano 1892
7-The Luncheon of the Boating Party 1881
8-The Seine at Asnices 1879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화가로 뽑히는 르누아르, 서민층에서 태어났지만 세상의 기쁨과 환희만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던 그는 세상의 아름다운 느낌과 인상을 그의 화폭에 담아냈다. 그는 “예술작품이라면 그 자체로 보는 사람을 압도해야 하며, 어디론가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한다” 고 말하며 “그림이란 즐겁고 유쾌한 일이 되어야 한다” 라고 믿었다.

따라서 그는 관객으로 하여금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만을 그렸다. 그의 그림은 활기차고 아름답다. 그는 뱃놀이, 무도회, 춤, 사교, 연주, 여인의 나체 등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는데 모두 인생의 아름다움과 환희, 기쁨, 생동감 등을 표현하고 있다.

르누아르가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았던 것처럼 동시대 인상파 작곡가 라벨 역시 그의 음악에서 이러한 아름다움을 표현해 냈다. 그는 르누아르와 마찬가지로 신비롭고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냈는데 그의 음악 역시 한시도 아름답지 않은 순간이 없다.

그의 음악에는 유희적인 요소와 우아함, 그리고 매혹적인 요소들이 숨어있다. 그는 그리스 신화나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는데 그가 느끼는 사물, 또는 스토리에 대한 인상을 여러 가지 컬러풀한 화음으로 표현해냈다. 르누아르와 라벨, 이들의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작품은 우리를 환상적인 세계와 황홀함 속으로 이끈다.

인상주의 예술가

르누아르와 라벨의 또 다른 공통점은 그들의 작풍에 있다. 그들은 둘 다 인상주의라는 장르 안에서 고전적인 형식을 유지한 예술가이다. 르누아르는 모네, 마네, 피사로 등과 함께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이다. 하지만 르누아르는 기존 인상파 작품들의 형태를 잘 알아볼 수 없는 모호함에서 벗어나 고전적인 작풍을 유지했다.

특히 그의 후기작품은 르네상스 회화에서 영향을 받아 좀 더 구조적인 기법을 사용하며 주제 역시 일상의 기쁨에서 고전적인 누드화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라벨 역시 드뷔시와 동시대를 산 작곡가로 인상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 드뷔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형식이나 화음 면에서 고전 요소들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스트라빈스키는 라벨을 ‘스위스 시계 공’이라고 표현하였는데 이처럼 그의 음악은 조직적이고 치밀하며 정확하다. 라벨은 인상파적인 요소들과 고전적인 성향을 잘 조합시켜 그만의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한다.

이렇듯 두 예술가는 새로운 시각으로 인상파라는 새로운 장르를 구축했으나 그들의 작품의 유일함은 바로 ‘과하지 않음’에 그 열쇠가 있다. 그들은 자유로움 속에 형식과 균형을 유지하여 그들만은 독특한 예술세계를 만들어 냈다. 과하지 않고 넘치지 않는, 자유로움 속에 질서, 질서 속의 자유로움이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아름다움이란 이름을 대변하는 듯 하다.

인간 한계를 넘어선 그들

그들의 또 다른 닮은 점은 병세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예술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르누아르는 말년에 심한 관절염으로 손목이 마비될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그는 붓을 손목에 묶는 방법을 택하며 그리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그림에 대한 열정은 관절염이라는 화가에게는 치명적인 병을 이겨내게 했다.

이토록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그는 “그림이란 즐겁고 유쾌하며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 세상에는 이미 즐겁지 않은 것이 너무나 많은데 그것을 또 다시 그릴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 라는 그의 말을 뒷받침 하듯 ‘아름다움’을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라벨 역시 말년에 불면증과 신경증으로 건강이 악화되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작품을 만들어 낸다. 그는 1932년 교통사고로 인해 뇌를 다쳤다. 하지만 그는 1928년 이미 FTD (전두측두엽치매)에 들어섰다고 추정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그의 대표작인 ‘볼레로’와 전쟁 중 오른팔을 잃어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을 접어야 했던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으며 교통사고 이후에도 작곡을 멈추지 않았다.

1933년 ‘돈키호테의 모험’을 작곡할 당시 그는 그의 머릿속에서 작곡된 음들을 적는 것이 힘들어지자 프랑스 작곡가 자크 이베르를 고용하여 악보를 적을 만큼 작곡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았다.

이렇듯 르누아르와 라벨은 병마와 싸워가며 그들의 예술작품을 만들어냈다. 힘든 상황에서도 아름다움의 표현력을 잃지 않았던 그들, 또한 예술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았던 그들의 작품 속에서 인간의 한계와 고통을 넘어선 기쁨을 본다.



노엘라 / 바이올리니스트 겸 음악 칼럼니스트 violinoella@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