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백 작, 송선호 연출 작품. ‘파수꾼’, ‘북어대가리’의 작가 이강백이 선보이는 신작으로 눈길을 끈다. 의미심장한 주제를 간결하게 담아내는 그의 특유의 미학이 돋보이는 작품.

웃음 속에 배어 있는 날카로운 삶의 해석을 지닌 희극무대를 만날 수 있다.

도살장 가는 길목 입구에서 아침마다 목마를 타며 달리는 시늉을 하는 눈이 먼 세 친구 오두, 박두, 정두. 그리고 사람을 실수로 죽여 17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 육손. 감옥에서 석방된 육손은 유가족을 만나 죽음에는 죽음으로 갚겠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그러나 오히려 유가족의 두 아들은 그를 의붓아버지의 핍박에서 구해준 은인이라고 칭하며 잔치를 벌일 계획을 한다. 죽음만이 자신이 일으킨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육손은 크게 절망하고 만다.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이 본질적으로 서로를 완성시켜가는 ‘하나’라는 것을 매끄럽게 풀어낸다.

죽음을 죽음으로 갚아 그 삶을 완성하고자 하는 사람의, 죽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관객에게 또 다른 웃음을 전달한다. 삶과 죽음을 직선의 끝과 끝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맞닿아 있는 경계에 관한 발상은 신선함과 충격으로 다가갈 것이다. 5월 16일부터 5월 27일까지. 아르코시티 대극장. 02)3668-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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