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 '김과장, 미술관 가는 날'예술의전당서 구상대제전 등 열려… 정찰제, 작가와 만남 등 마련

굳이 값비싼 작품이 아니더라도 집이나 사무실의 빈공간에 그림 한 점쯤 걸어두고 싶은 경우가 있다. 그러나 막상 그림을 구입하려고 하면 ‘오리지널 작품은 비쌀 것이다’라는 선입감과 ‘작품이 그만한 가치가 있나’하는 의구심이 발목을 잡는다.

그러한 부담과 망설임을 떨쳐내고 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르듯 미술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그림장터가 열렸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5월22일부터 내달 4일까지 열리는 아트페어 ‘김과장, 미술관 가는 날’이다.

‘김과장’이라는 상징어에서 알 수 있듯 보통의 직장인과 초보자가 부담없이 현대미술에 다가설 수 있게 했다. 반면 장터의 그림들은 엄격한 절차를 통해 선정,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5대1이 넘는 경쟁을 거쳐 작품성을 담보했고, 약 10개월 전에 작품을 선정한 결과다.

총 2부로 구성된 아트페어는 29일까지 구상 작품을 특화한 ‘한국구상대제전’이 열리고, 구상과 비구상 그림을 함께 볼 수 있는 ‘아트 서울’이 6월 4일까지 계속된다.

(좌) 구자승 ‘술병있는 정물’ 2008 (우) 김정란 ‘무엇을 보고 계십니까’ 2009
(좌) 구자승 '술병있는 정물' 2008 (우) 김정란 '무엇을 보고 계십니까' 2009

이번 행사에는 현재 국내 화단에서 활동 중인 유망한 신진 작가에서부터 대표적인 중진ㆍ원로작가 188명의 신작 5000점이 선보인다.

‘한국구상대제전’에서는 김영재ㆍ구자승ㆍ류영도ㆍ장순업ㆍ정동문ㆍ정문규ㆍ최예태 등 한국 구상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기품 있는 개성을 확인할 수 있다. ‘아트 서울’은 강수돌ㆍ강정희ㆍ김정란ㆍ이광철ㆍ이기욱 등 30~40대 젊은 작가 작품이 중심을 이룬다.

가격대는 미술 저변을 확대하고 작가를 지원하는 취지에서 10만원부터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전체 초대작가 작품 중 100만원 미만 소품만 한 자리에 모은 ‘100만원 특별전’도 마련돼 있다. ‘과장’ 명함을 제시하는 관객에 대해서는 동반 가족까지 무료입장을 허용한다.

아트페어는 모든 출품작에 대해 정찰제를 실시하고 있다. 작품 가격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제시해 미술시장의 신뢰를 찾고, 작품 구매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 컬렉터에겐 부담을 덜어주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행사를 주관한 김영석 마니프 대표는 "작가들이 행사기간 전시장에 계속 나와 관람객들을 맞이하므로 원한다면 작가의 설명을 듣고 작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랑보다 작가와 관객이 주인인 시스템이 이 아트페어의 뚜렷한 특징이다. 02-514-9292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