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파워갤러리] (7) 부산 공간화랑미술기증 선도한 지방화랑의 표상'부산청년미술상' 창설 작가 발굴

1-신옥진 대표 사진 / 김현주
2-일본 가마꾸라 현대미술관의 이우환 회고전 당시, 가운데 이우환 선생과 왼쪽에 신옥진 대표
3-경상남도 함안군 군북면 이우환 선생 기념집터 오른쪽으로 부터 도쿄 시로 다화랑 사장과 신옥진 대표

‘그림애호가로 가는길’이라는 책을 쓴, 자칭 개미애호가 이충렬 씨의 저서를 보면 그림에 대한 감상뿐 아니라 수백점의 그림을 수집하면서 겪은 다양한 사연이 소개된다. 단골화랑과의 사연도 많지만 그 이름이 언급되는 곳은 단 한 곳뿐이다. 부산 공간화랑. 그만큼 특별한 사연이 그들 사이에 있다.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구입하면서 부산 공간화랑에서는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금액을 나누어 낼 수 있게 배려해주었는데, 그 사이 이 화백 작품의 가치가 10배 가량 올랐던 것. 그러나 화랑의 대표는 감사의 표시로 차익의 일부를 전하고 싶다는 이충렬 씨의 제안에 자기 몫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바로 부산 공간화랑의 신옥진 대표(63)이다.

서울에서 신문사 기자로 재직하던 그가 부산에 갤러리를 오픈한 것은 1975년. 서울 보다 화랑이 드물던 부산에 서양화를 전문으로 한 화랑을 시작했다. 600여점의 미술작품을 미술관과 박물관에 꾸준히 기증해온 덕에 화제의 인물이 되었지만 미술계에서 그는 이미 신망이 두터운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언제나 돈보다 예술이 먼저였던 신 대표는 당대 최고의 서양화가들의 작품을 다뤄오면서 서양화 감정에도 남다른 식견을 갖게 되었다. 서양화 감정에 있어 종착지는 신 대표라고 할 정도로 그의 뛰어난 감식안은 유명하다.

장욱진, 권옥연, 황염수, 박고석, 이우환, 김창열, 김원숙 화백들과 꾸준히 교류해온 신 대표. 그들과의 만남을 그는 ‘운명’이라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회도 그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던 자리인 것은 물론이다.

“당시 화단에서 최고 대우받던 분들의 4인 전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장욱진, 권옥연, 황염수, 박고석 선생님이었는데, 특히 장욱진, 박고석 선생님은 한 자리에 모시기 힘든 분이었지요. 그때를 제외하고는 두 분이 함께 전시를 하신 적이 없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산에서 만나시고는 서울에서도 다시 조우한 적이 없으셨어요.”

작가와의 인연은 참 묘하다. 처음엔 화상과 예술가로 만나지만 이후에는 가족보다 더 진하고 돈독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특히 물방울 작가 김창열 화백과 이우환 화백은 그러하다. 신 대표는 함안군에 위치한 이우환 화백의 집터가 아무렇게나 방치된 것을 보고 부산 동보서적의 김두익 사장과 함께 2006년 집터를 매입해 ‘항(項)-조용히’란 조각을 설치했다.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자청한 것은 수십년을 이어온 깊은 우정에서 비롯된 것일거다. 이 덕에 올해 2월 신 대표는 함안군으로부터 명예군민으로 위촉되었다. 게다가 이 기증을 계기로 함안군은 이우환 미술관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한 사람에게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이 점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오랜 미술기증이 그렇고, 올해로 20년째를 맞는 ‘부산청년미술상’도 같은 선상에 있다. 미술작가 등용문이 전무하던 시절, ‘마중물’ 역할을 자처하며 시작한 일은 이제 젊은 미술작가들 작업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기존의 추천제에서 벗어나 지금껏 지켜오는 공정하고 투명한 선정 방식은 신 대표에겐 자부심으로 자리잡았다.

“1년동안 개인전을 한 35세 미만의 작가들은 모두 대상자가 되요. 공모전은 기껏해야 5점 안팎으로 평가가 되지만 개인전은 작품이 20점에서 50점 사이니, 역량을 확실히 알 수 있거든요. 심사위원들이 1년간 개인전을 보고 평가를 하게 됩니다. 심사는 오픈되어 있어요. 기자도 오고 화가도 오고, 미술관 관계자들도 와서 그 과정을 보지요. 치열할 땐 4차 경합까지 가는 경우도 있어요.” 보통 1회에 1명이 수상하지만 동점일 경우 동시 수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동시 수상자는 2차례 있었다.

화랑의 시작과 동시에 쌓은 화가로서의 경력이 예술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신 대표. “화랑은 문화라는 커다란 그릇 안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여기에서 생기는 수익은 문화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남다른 일련의 행적은 아마 이러한 사유 속에서 피어난 것일거다.

그가 이우환, 김환기, 세잔, 그리고 폴 고갱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인간의 본질에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란다. 좋은 그림은 보는 순간 자신을 망각하고, 멀어짐과 동시에 그리워지는 존재라는 그에게 그림은 곧 사람과 세상을 알아가기 위한 숨구멍과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부산 공간화랑

1975년 부산에 개관한 서양화 전문 화랑으로, 현재 서면과 해운대 두 곳에 자리하고 있다. 국내의 서양화가들의 작품과 더불어 일본의 근대미술에 포커스를 둔 컬렉션은 미술기증에도 영향을 미쳐 그동안 부산시립미술관, 박물관. 등에 기증한 작품의 1/3가량이 일본 근대미술로 채워졌다. 이는 단지 일본의 미술을 알기 위함이라기 보다 우리의 서양화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신옥진 대표는 설명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