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본능적으로 음식물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살아왔다. 이 먹고사는 일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속성이다. 작가 정경심은 그 끝없이 반복되는 우주의 질서가 실현되는 원초적 본능인 먹는 행위 속에 삶에 대한 애착, 회환, 슬픔과 기쁨이 모두 담겨있다고 본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그 밥을 먹기 위해 살아가는 생의 다양한 풍경이 작가의 그림 속에 담겨있다. 작가의 전작들이 밥상을 통해 세상사를 풀어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그 밥상 앞의 인물들을 통해 세상사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한다. 선인장을 나눠먹고 있는 다정한 신랑과 신부, 아련한 눈빛으로 솜사탕을 먹는 어린 소녀, 푸딩 위에 걸터앉아 먹는 일에 열중인 아이 등의 이미지가 부드럽고 가라앉은 색감과 질감으로 화폭에 담겼다.

먹는다는 것은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 목숨을 유지하는 숭고한 일인 동시에 힘들고 눈물겨운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먹고 살까? 삶의 궁극의 모습은 무엇일까? 다양한 사람들의 먹는 모습을 통해 그들 각자의 ‘알고 모르는 삶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토포하우스에서 6월 10일부터 23일까지. 02)734-7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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