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 속 작약꽃이 눈부시다. 언제부터인가 그림 위에는 자아의 표상 혹은 은유와 풍자가 더해졌지만 그 의미에 앞서 현실적 대상의 극대화된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기고 마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거다. 사진보다 더 사진 같은 하이퍼 리얼리즘이 맹위를 떨치는 것도 이러한 이유 중 하나일텐데, 전형적인 구상미술작가로 대상을 캔버스에 옮겨내는데 천부적 재능을 가진 서양화가 김재학의 신작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김재학이 감각적이고 세밀한 터치로 그려낸 꽃, 정물, 소나무, 인물화 등 25점이 소개된다. 그가 담아낸 생생한 생명체는 고유의 아름다움으로 존재의 의미를 확연히 드러낸다. 대상을 한층 도드라져보이는 담백한 구성과 단순하게 처리한 배경은 시각적 긴장감과 활력을 동시에 불어넣고 있다.

‘김재학의 회화는 냉소적이거나 싸늘한 시선을 거두고 오히려 렌즈가 주는 엄밀성을 대상의 생기와 활력으로 승화한다’라는 이재언 미술평론가의 평은 그를 여타 하이퍼 리얼리즘 작가들과 구분짓는 단서가 된다. 꽃과 과일, 인물 등 일상의 존재를 매혹적으로 만드는 김재학의 작품전에서 아름다움의 극치를 만날 수 있다. 선화랑에서 6월 20일까지. 02)73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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