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동서양에서 예술의 중요한 매개이자 모티프로 작용해왔다. 그럼에도 자연이 회화의 출발이자 종착으로 간주해온 동양에선 빛 또한 자연의 일부이기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현대예술에서 '빛'은 다양하게 살아나고 있고 동양화(한국화)도 드물지만 마찬가지이다. 그런 점에서 빛을 매개로 자연의 현상과 철학이 주는 미학적 잔상에 천착해온 작가 박인환은 개성적이다. 그는 계절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고목에 피어난 풀과 넝쿨의 관계를 통해 '사라지는 것'과 '태어나는 것'의 소멸성과 생명성을 양립해 역설해왔다.

그의 그림속 고목은 소멸이 아니라 그 주변에 함께 자란 풀과 넝쿨 등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의 근원으로 생명성을 주고 받는 관계를 암시한다. 동시에 생성과 소멸은 공존하는 시간의 변화를 의미한다.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한전플라자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다섯 번째 기획 초대전은 예의 작품에 '빛'의 상징성과 이미지를 더했다.

빛의 개입을 통해 자연의 드러난 부분과 모호한 부분 사이의 잔상을 담아낸 작품은 작가의 내밀한 주관과 직관, 보편적인 감각과 욕망, 사유의 관조를 배경으로 빛이 지닌 자연속의 숭고함을 섬세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새벽, 오전의 일상, 오후의 눈부심, 석양이 물들 때, 밤, 적야 등 ‘시간성’에 관련된 빛의 잔상을 파노라마식으로 표현한 점이 두드러진다.

이는 전통동양화의 수묵정신을 바탕으로 빛의 잔상을 통해 다양하게 변화된 현대시각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번 전시에선 현대 동양화의 새로운 변화를 감상할 수 있다. 02)2105-8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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