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제주도립미술관 개관 전시 총감독개관전 '환태평양의 눈' 자연·생명·역사 재발견 메시지 담아

제주도립미술관 개관전은 <환태평양의 눈>을 타이틀로 구성되었다. 국제전인 <숨비소리>, 특별전인 <제주미술의 어제와 오늘>과 <세계어린이미술제>, 그리고 기념관 전시인 <바다를 닮은 화가, 장리석>이 그것이다.

제주도립미술관의 성격과 정체성을 가늠할 수 있는 개관 전시는 김영호 총감독에 의해 진행되었다. 김 교수에게 제주도립미술관 개관이 갖는 의미와 향후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영호 교수는 제주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1대학(팡테옹 소르본느)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상파울루비엔날레 커미셔너,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운영위원, FIAC‘한국의 해’커미셔너를 역임했다.

현대미술학회 회장을 거쳐 현재 인물미술사학회, 서양미술사학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 국제미술펴론가 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도립미술관 개관의 의미를 둔다면

전국적으로 도립미술관들이 세워진 뒤 후발주자로 출발하는 셈인데 ‘제주’의 특성을 기반으로 제주를 넘어 소통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마련됐다는데 의의가 있다. 앞으로 내부조직과 운영시스템, 정체성을 어느 방향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도립미술관의 향후 운명이 결정되는 만큼 내실을 기하는데 전력해야 한다

제주도립미술관의 향후 위상과 방향에 대한 견해는

제주도립미술관은 ‘제주적’ 미술관이어야 한다. ‘'제주적’이라는 의미는 제주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제주라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미술관을 말한다. 즉 제주의 신화, 민속, 자연 등이 미술과 만나 예술적 의미를 생산한다는 뜻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의미를 갖듯이 제주의 아름다운 생태와 환경, 자연도 의미 부여를 통해 가치가 만들어진다.

미술관은 가시적인 정신과 문화, 영혼을 세계로 승화시킬 수 있다. 제주도립미술관은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제주도립미술관이 한국의 미술관이면서 세계의 미술관이 될 수 있다

개관전 <환태평양의 눈>을 타이틀로 4개의 전시를 총감독했는데 어떠한 메시지인가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제주도 이미지는 거대한 야수의 눈처럼 보인다. 제주도가 하나의 눈이라면 그것은 지형학적으로 태평양의 눈이 된다. 눈은 안과 밖을 함께 아우르는 이중적 구조다. 눈이 밖으로 열려 있을 때는 자연의 외관이 투영되고, 안으로 향해 있을 땐 영혼이 비춰진다. 다시말해 눈은 자연과 영혼을 인식하는 접점이며 안과 밖을 연결해 소통시키는 문화 생산의 통로다.

섬의 눈을 외부로 열어 아시아와 세계를 보고, 안으로는 대양의 숨을 호흡하면서 자연과 소통하는 전시를 만들고자 했다. 제주도립미술관에 주어진 문화발전소로서의 역할은 눈의 개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주의 눈을 통해 한국을 살펴볼 때 우리의 문화, 민속, 정신 같은 콘텐츠를 읽을 수 있고, ‘환태평양의 눈’은 미술관이 제주와 세계 문화를 소통시키는 눈동자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다시말해 제주도가 ‘환태평양의 눈’이라면 제주도립미술관은 그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눈동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통의 메커니즘을 통해 자연과 생명과 역사의 실체를 재발견한다는 메시지다

개관전은 제주도립미술관의 정체성과 향후 방향과도 연관이 있다고 보는데

그렇다. 개관전은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미술가들, 평론가 미술사가들의 지속적인 연구, 검토, 논의된 것이다. 앞으로도 제주도립미술관은 천혜적인 자연 요소와 지금까지 축적된 문화적 성과들을 미술과 접촉 시키며 의미를 만들어내야 한다. 미술관 사업의 기본인 작품 소장, 전시사업, 교육사업 등도 그러한 맥락에서 추진되야 한다

현재 관장이 공석중인데 어떠한 인물이 적합하다고 보나

여러 견해들이 있는데 공무원은 안된다, 절대적으로 미술전문가가 되야 한다는 식은 내 입장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공무원이든, 전문가이든 미술관 사업에 오랫동안 관여했고 미술을 알고, 그리고 문화적 사업도 해본, 행정 경영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와도 괜찮다. 미술관은 도민들이 세금을 내서 운영하는 만큼 개인이나 어느 행정파트에 소속된 것이 아니다. 미술인들이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제주도내에는 종전의 시립미술관을 비롯해 개별 미술관이 많은데 도립미술관과의 운영체계에 대한 견해는

제주현대미술관은 도립미술관과 통합시스템으로 가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고 이중섭 미술관, 기당미술관 등은 독자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은 미술관 네트워크가 중요하지만 한꺼번에 묶어 울타리를 강화하는 형태는 곤란하다고 본다. 자기 색깔을 갖고 자기 소리를 낼 수 잇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주도립미술관이 발전하려면 주인인 제주도민의 역할이 중요한데

제주도민에게 미술관은 지역공동체를 결속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지역공동체 단합을 위하여 도민들이 미술관 즐겨야 한다. 또 미술관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질책하고 격려도 필요하다. 토론문화 참여문화가 있을 때 제주도립미술관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다



제주 = 박종진 기자 tbalh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