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맥을 따라 펼쳐진 나뭇잎, 깨진 금을 따라 빚어진 항아리, 문자들이 연결되어 이루어진 상자나 고리모양 등 언뜻 보기에 조각도, 그렇다고 회화도 아닌 것만 같은 작품이 하나의 공간을 점하고 있다. 이처럼 가는 철사로 엮은, 속이 훤히 비춰지는 형태의 조각 작품을 통해 조각과 비(非)조각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져온 작가 정광호의 전시가 7월 2일부터 15일까지 대구의 석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규정할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조각과 회화의 집이 되는 전통적인 입체공간과 평면공간의 위상을 자신이 만드는 오브제를 통하여 다른 위상에 놓는다. 그의 작품은 이차원의 표면을 따라 선을 그려간다는 면에서는 회화의 확장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선들이 공간 속에서 움직인다는 면에서는 조각처럼 보인다.

속이 비었을 뿐 아니라 속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안과 밖이 뚜렷이 구별되지 않은 특이한 조각은 부정을 통한 조각의 존재방식에 대한 성찰이며, 새로운 형태의 작업을 통해 조각을 보다 넓은 지평 위에서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비-조각적 조각을 통해서 새로운 형태로 확장하고 있는 조각의 여러 의미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053)427-7737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