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폰세카의 물결 같은 피아노연주 마음이 먼저 반응, 근래에 보기드문 수작

스타일리쉬하면서도 깊이를 놓치지 않는 피아노 연주는 정열적이면서도 달콤하다. 다른 연주자와의 완벽한 인터플레이는 명불허전을 실감케 한다. 쿠바재즈의 살아있는 전설,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으로 대변되던 쿠바재즈(Cuban Jazz)의 신성이자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로베르토 폰세카(ROBERTO FONSECA)의 신보가 굿인터내셔널에서 발매되었다.

인상적인 구렛나루와 세련된 외모를 가진, 서른 네 살의 청년은 뛰어난 음악성으로 주목 받아온 연주자다. 타고난 재즈적 감성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의 보컬 이브라힘 페레르와 400회가 넘는 콘서트를 함께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2005년 세상을 떠난 페레르보다 2년 앞서 세상을 등진 피아니스트 루벤 곤잘레스의 빈 자리를 그가 훌륭하게 채웠던 것이다.

오마라 포르투온도, 베보, 춘초 발데즈, 허비 행커, 웨인 쇼터 등 재즈 계의 거장들과의 협연은 그의 재능을 단련했고, 2007년 발표한 앨범‘Zamazu’로 그는 세계가 주목하는 뮤지션 중 한 명이 되었다. 세계의 언론과 평단은 그를‘음악적 경계를 초월하는 전도유망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라고 칭하기를 주춤하지 않는다.

그의 새 앨범 은 나이지리아에서 사용하는 요르바 어로, ‘마음’이란 뜻이다. 어떤 의미에서 지은 이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신보엔 귀보다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때로 몽환적이고 바람결 같은 보이스와 일렁이는 물결 같은 피아노 연주, 이어 휘몰아치는 듯한 강력한 타건은 감상 이전에 감동으로 다가온다.

12년 이상을 함께 해온 음악 친구들과의 작업이었던 이번 앨범에는 특별한 연주자 두 명이 함께 했다. 월드뮤직의 미래라 불리는 마이라 안드라데(Mayra Andrade)와 EMI소속의 가수 겸 기타리스트인 라울 미동(Raul Midon)이 그들이다. 앨범의 네 번째 곡,‘Siete Potencias’의 가사를 쓰고 노래한 마이라 안드라데의 보이스는 무심한 듯, 아름답다. 스물 네 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기나긴 세월이 그녀의 목소리엔 잠겨있는 듯하다.

시각장애를 가진 싱어송라이터로 국내에도 몇 차례 내한한 바 있는 라울 미동은 12번 트랙,‘Everyone Deserves A Second Chance’를 노래했다. 미국 국적의 라울 미동의 매끄러우면서도 세련된 그루브를 가진 보이스는 이번 곡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쿠바재즈가 가진 탁월한 리듬감, 정통성에 기반한 참신한 감성, 뛰어난 기교, 이 모든 것에 앞서 다가오는 감동까지. 패셔너블한 로베르토 폰세카의 은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이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