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읽기] '무한도전'의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디지털 음원 시장서 폭발적 반응… 음반판매량 3만장 넘어

현재 가요계 최대의 화제라면? 소녀시대도, 2NE1도, 빅뱅이나 원더걸스도 아니다. 바로 MBC <무한도전>에서 낸 기념(겸 자선)음반인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다. 방송국 홈페이지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이 음반의 판매량은 현재 3만장을 넘었다. <무한도전> 측에서는 5만장까지 찍을 예정이라고 한다. 구입을 원하면 서두르시라.

CD 판매량뿐이 아니다. 음반시장보다 유행에 훨씬 민감한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의 반응이 정말로 폭발적이다. 음원이 풀린 날 주요 음원 사이트 10위권에는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의 거의 전곡이 올랐다. 소녀시대의 제시카와 박명수가 인기 작곡가 팀 E-트라이브의 곡을 부른 "냉면"은 제시카의 '본가'인 소녀시대의 신곡 "소원을 말해봐"를 제치고 1위가 되기도 했다.

유재석과 타이거 JK, 윤미래가 함께 한 퓨처라이거의 "Let's Dance"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 애프터스쿨과 정준하가 결성한 애프터쉐이빙이 윤종신의 곡을 받아 부른 "영계백숙"은 '짜증날 정도로 중독적인 훅'("영계백숙, 오오오오")을 과시하며 수많은 패러디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다(인터넷을 검색하면 2PM, 샤이니, 비욘세 등의 안무에 이 곡의 후렴구를 결합한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정말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무한도전>의 이런 '도전'은 이게 처음이 아니다. 2007년 가을 경 <무한도전>은 '강변북로가요제'라는 코너를 기획한 바 있다. 그때 멤버들은 자신이 '작곡'했다고 주장하는 '음악적 아이디어'를 들고 작곡가 윤일상과 안정훈을 찾아가 자기네가 들고 온 아이디어를 노래로 만들어달라고 '생떼'를 썼다.

그렇게 해서 녹음이 되고 방송이 되고 음반이 나왔다. 이 음반에서는 지금은 군생활 중인 하하가 부른 "키작은 꼬마 이야기"가 히트를 쳤으며, 하하는 이 곡으로 가수 시절에는 못 올랐던 음악방송 프로그램 무대에도 섰다.

그러나 그런 결과와는 별개로 '무한도전은 혼자 세우면 망한다'는 교훈을 얻은 제작진은 이번에는 출연자들의 인맥을 적극 활용해서 듀엣이라는 형식을 통해 뮤지션들을 끌어 모았다. 위에서 언급한 뮤지션들 외에 에픽 하이, 이정현, 윤도현, 윤종신, 안영민, 노브레인 등, 어떤 기획자가 손을 써도 모을 수 없을 것 같은 화려한 라인업이 그렇게 구성되었다.

따라서 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의 품질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물론 이 곡들이 정규 음반에 작정하고 싣기 어려운 곡들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 음반은 각 분야의 프로들이 모여 만든 음반이고, 그 질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음악평론가'는 여기 들어있는 노래들을 허투루 넘기기 어렵다.



본방에서는 1위를 차지한 퓨처라이거의 "Let's Dance"는 간결하고 효과적인 그루브와 윤미래의 폭발적인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이정현과 전진의 "세뇨리따"를 듣다 보면(그리고 그녀의 생수 퍼포먼스를 보다 보면) 이정현이 "Vogue Girl" 대신 이 곡으로 활동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친 김에 나머지 수록곡도 다 살펴보자. "바베큐"는 전형적인 에픽 하이 풍의 잘 빠진 '힙팝'이고, 방송에서는 좀 성의 없게 들렸던 돌브레인의 "더위먹은 갈매기"도 완성된 형태로 들었을 때는 큰 문제가 없다. 명카드라이브의 "냉면"은 내년 여름에도 울려 퍼질 공산이 크며, 소녀시대의 소속사는 제시카의 활동 방향에 대해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메탈리카의 "Better Than You"가 떠오르는 안 편한 사람들의 "난 멋있어"는, 본인들은 코믹한 효과를 의도하고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정규작을 발표할 때의 YB에서 찾기 어려웠던 열띤 활력이 살아나는 장쾌한 로큰롤이 되었다. 사실 음반에서 가장 성의 없다는 인상을 주는 곡은 "영계백숙"인데, 그나마 이 곡조차 그 경악스러운 훅 때문에 위기를 벗어나고 있다.

이제 이쯤에서 이 음반이 놓여 있는 위치를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 담겨 있는 곡들이 개그맨들이 철마다 내던 코믹 캐롤 음반의 전통에 속한 음악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오히려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는 "We Are The World" 류의 자선 음반과 론리 아일랜드(The Lonely Island: 기존 장르의 음악들을 패러디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출신의 3인조 그룹) 스타일의 코믹 코드 사이에서 교묘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음반에 더 가깝다.

달리 말하면 '진지하고 숭고한 메시지'를 굳이 내세우지 않았다 뿐이지 결과적으로는 예능이라는 틀 안에서 기획한 자선 음반이라는 이야기다. 음악적 내용에서 패러디의 측면을 좀 더 강하게 밀어붙였어도 재미있었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이것이 지상파 예능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런 데 불만을 가질 이유는 없다(그렇기 때문에 "난 멋있어"가 다시 한 번 귀에 밟히는데, 사실 록-헤비 메탈은 '자뻑'의 음악이고, 그런 면에서 "난 멋있어"는 훌륭한 패러디다).

따라서 몇몇 언론에서 이 음반에 제기하는 의문('이벤트가 중심이 되어버린 한국 가요시장의 몰락' 내지는 '기현상'을 넘어서 '비정상'이라고까지 하는 평가들)은 사실 비판의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은 것이다. 더군다나 그걸 '디지털 음원 시대의 기현상'이라는 식으로 취급하는 데서는 무엇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자선 음반은 본질적으로 이벤트 음반인데 이벤트 음반을 이벤트 음반이라는 이유 때문에 비난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제작 기간이 짧다는 게 문제라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한 시간 두 시간 안에 뚝딱 만든 히트곡은 수두룩하다.

졸속 제작과 쇼 프로그램을 통한 홍보라는 가요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무한도전>에 덮어씌우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건 그 때문이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잘 뽑아낸 자선 음반은 그것대로 인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영계백숙, 오오오오.



최민우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