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문신미술관 개관 10주년국내 대학미술관 1호 문신예술 연구 중심지로미술관 잇달아 개관
|
<…최초의 에덴은 창조주의 작품이지만/ 제2의 구름밭은 조각가들의 창조적 칼날에서 시작되었다/(중략) 지중해 그 물결 위에 구름이 외로울 때/ 로댕이 찾아와 문신에게 꽃을 주었다/…화강암으로 잎을 피운 솔거와 아녀/ 어찌 조각도의 붓을 놓았을까/ 이제도 빛나고 있어라/ 저 구름밭의 하얀 장미>(시 ‘신 에덴을 창조하다’)
7월 24일 늦은 오후 서울 숙명여대 문신미술관(관장 최성숙) 라운지, 문단 원로 황금찬 시인의 축시가 음악과 함께 은은히 퍼져갔다. 국내 대학미술관 1호인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황금찬 시인은 헌시에서 문신을 그리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에 비유했다. 이어 한국시인협회회장을 지낸 오세영 서울대 명예교수는 문신의 대표작 ‘개미’를 모티브로 한 <개미>라는 시를 통해 문신 예술의 요체인 자연과 우주, 삶의 섭리를 해학적으로 풀어냈다.
그외 다수의 저명 시인들이 문신 예술을 노래했고, 김복영 전 홍익대 교수, 한진섭 조각가 등 학계, 문화계 인사들은 심포지엄을 열어 문신 예술을 국가브랜드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문신미술관은 개관 10주년에 맞춰 문신의‘우주를 향하여 시리즈’미공개 드로잉전을 열고 있다.
이렇듯 ‘자연과 생명의 빛’이란 주제 아래 펼쳐진 다양한 행사들은 국내 대학 최초로 출발한 전문미술관의 성장을 축하하는 의미와 함께 문신 예술의 새로운‘부활’을 상징하는 것이다.
경남 마산 출신의 문신(1923~1995)은 도쿄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1960, 70년대 파리를 주무대로 활동하면서 세계적 조각가 반열에 올랐고 1980년 영구 귀국해서는 수많은 국내외 전시를 통해 한국예술의 위상을 드높였다. 작고 이후 문신 예술은 음악, 문학, 아트상품 등 ‘원소스 멀티유즈’로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가브랜드의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신미술관은 1999년 2월, 당시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현 한국장학재단이사장)이 마산시립문신미술관을 방문한 게 계기가 됐다. 최성숙 관장은 “그때 이 총장을 모시고 문신미술관을 안내했는데 작품을 보고는 숙명여대에 미술관을 지어 문신 예술을 더 많이 알리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해 운명처럼 숙대에 둥지를 틀게 됐다”고 말했다.
1999년 6월 문신미술연구소로 출발해 2004년 개관한 문신미술관은 학문적 연구와 함께 조각, 드로잉, 자료 전시, 교내외 학술ㆍ정책 심포지엄 등을 통해 문신 예술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2005년부터는 ‘New Work Project’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작가에게 전시 공간을 무료로 대여해 미술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신소영, 이승준, 이상봉, 전민수, 권순학, 이상은, 이장섭, 공기평, 홍명화, 앙드레 휘슬러 등 국내외 작가 60여 명이 거쳐갔다.
현재 전시 중인 ‘우주를 향하여 시리즈’드로잉전은 문신미술관 본연의 ‘전시’ 기능을 잘 보여준다. 9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문신이 1975년부터 1980년대에 걸쳐 제작한 100여 점에서 엄선된 작품들로 꾸며졌으며, 작품 대다수가 100년이 넘는 프랑스 종이에 제작되었고, 문신의 전성기의 아이디어와 힘찬 필선을 하나의 독자적인 장르로 격상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은 기존의 ‘마산시립미술관’, 올해 건립 예정인 마산 ‘문신석고(원형)미술관’, 세계적 디자이너 론 아라드가 설계를 맡아 내년 경기 양주시 장흥 조각아카데미에 세워질 ‘양주시립 문신아틀리에미술관‘과 함께 문신예술의 본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숙대 문신미술관은 작년에 발족한 문신미술연구소, 문신기록보존소 등을 갖춰 문신예술 연구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최성숙 관장은 “대학미술관 1호로 출발한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은 문신 예술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중심지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마산에서 문을 연 문신미술관과 더불어 각지의 문신미술관은 한국과 전 세계에 문신 예술을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신예술 권리장전 제정해 작가·권리자 보호"
"마산의 문신미술관이 1994년 먼저 문을 열었지만 숙명여대가 서울의 활동중심지를 제공해주었다는 점에서 참 고마운 일이죠." |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