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내년 국내 초연 앞두고 2차 주인공 찾기 관심집중

지난 6월 열린 제63회 토니상 시상식에서는 세 명의 소년들이 남우주연상을 공동수상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최고의 뮤지컬배우들이 즐비한 토니상에서 성인배우들을 제치고, 함께 상을 나눠 가진 이 소년들은 <빌리 엘리어트>의 타이틀 롤인 ‘빌리’들이었다.

15개 부문 후보로 올랐던 <빌리 엘리어트>는 이날 최우수뮤지컬상을 비롯해 연출상, 남우주˙조연상 등 10개 부문을 석권해 명실공히 올해 최고 뮤지컬의 자리에 올랐다. 볼품 없던 탄광촌 소년 빌리가 멋진 발레리노가 되어 대미를 장식했던, 원작의 감동이 무대 위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영국, 호주, 미국을 거쳐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소년 빌리의 신나고 감동적인 성장담은 곧 우리나라에서도 만날 수 있다. 내년 국내 초연을 앞두고 있는 <빌리 엘리어트>는 현재 주인공 빌리를 비롯한 아역 및 성인 전 배역을 고르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역시 빌리 역을 누가 맡을 것인가이다. 이번에 선발되는 빌리는 한국의 ‘1대 빌리’이자 뮤지컬 스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24일에는 2월의 1차 선발에 이어 2차 선발에 대한 서류가 마감돼, 1대 빌리의 탄생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1차 오디션에 지원한 300여 명의 지원자 중 16명의 지원자들은 이미 잠재 빌리로 선발돼 4월부터 발레, 탭댄스, 아크로바틱, 필라테스 트레이닝을 받아왔다. 이번 2차 모집의 지원자들은 8월 3일부터 22일까지 남산창작센터에서 진행되는 공개오디션에 참여해 해외크리에이티브팀의 심사를 거쳐 빌리 후보로 선발된다.

<빌리 엘리어트> 관계자는 “이번 2차 오디션에 합격한 ‘예비 빌리’들 역시 각 분야 최고의 강사진과 함께 9월부터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빌리’ 트레이닝을 받게 된다”고 설명하며 “이들 역시 기존에 진행됐던 과목과 함께 연기, 보이스 트레이닝을 추가로 교육받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전액 제작사 측이 부담한다.

한국뮤지컬의 차세대 스타라는 보장 말고도 이번 <빌리 엘리어트> 오디션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바로 뮤지컬배우를 꿈꾸는 아이들에게조차도 한정된 시간 동안에만 이룰 수 있는 기회라는 것. 성장이 빠른 이즈음의 소년들은 ‘소년다움’을 잃으면 더 이상 빌리 역을 해낼 수 없다.

전 세계 버전의 공통적인 지원자격이 ‘9~13세, 신장 150Cm이하, 변성기 이전’으로 까다롭게 제한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영국 오리지널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 역 중 한 명인 제임스 로마스 역시 변성기로 인해 5개월 만에 무대를 떠나야 했다.

때문에 이번 오디션에 임하는 소년들은 (토니상을 휩쓴) 데이비드 알바레즈, 키릴 컬리쉬, 트렌트 코왈릭을 꿈꾸지 않는다. 일생에 딱 한 번뿐일 빌리, 한국에서의 첫 번째 빌리, 그것도 언제 끝날지 모를 빌리 역을 해내기 위해 오디션에서 온힘을 다할 것이다.

드라마는 멀리 있지 않다. 탄광촌 소년이 다른 남자들처럼 축구나 권투 대신 발레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낸 것처럼, 평범한 소년 소녀들이 한국의 뮤지컬 스타로 변신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드라마다. 한국판 빌리의 성장담은 이미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