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미술의 하모니] (14) 뭉크와 쉰베르크표현주의 대표 화가와 작곡가 공포·불안 등 심리묘사 강한 공감대 형성

(좌) 뭉크 (우) 아르놀트 쇤베르크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뭉크와 작곡가 쇤베르크의 작품을 대하노라면 나도 모르게 소름 끼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뭉크의 대표작인 <절규>와 쇤베르크의 대표작 <달에 홀린 삐에로>를 같이 듣게 된다면 공포스럽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는 한층 더 고조될 것이다.

알코올중독과 우울증을 앓고 있던 뭉크는 어느 날 저녁 산책을 하고 있을 때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절규>라는 그림을 완성한다. 이 그림에 대해 뭉크는 “친구 두 명과 해질 무렵 길을 걷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견딜 수 없을 만큼 피곤함을 느껴 걷던 길을 멈추고 난간에 기대어 섰다. 불과 피의 혀가 피오드르를 덮쳤다. 내 친구들은 계속 걸어갔고 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나는 거대하고 무한한 절규를 들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극도의 공포심과 불안감을 표현하고 있는 이 그림은 처음 전시되었을 당시 미술계에 엄청난 충격을 일으켰다. 음악계의 쇤베르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삐에로>는 뭉크의 <절규>만큼이나 충격적인 곡으로 장조나 단조 같은 조성이 없는 무조음악으로 만들어졌다.

<절규>만큼이나 공포스럽고 왜곡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 곡은 “이야기하는 노래”라는 뜻을 가진 ‘슈프레히슈티메’(Sprechstimme) 창법을 사용하여 한층 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요상하게 소리치다 나지막이 속삭이는 소리, 마치 귀신이 나올 것 같은 괴상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시키는 이 곡은 벨기에 상징주의 시인인 알베르 지로의 시에 곡을 붙여 만들어졌다. 다음은 총 21개의 시 중 8번째인 <밤>의 시다.

거대한 검은 나비가
햇볕을 가로막았다.
까닭을 알 수 없는 마법이 주문을 걸어
지평선은 고요히 잠들다.

길 잃은 지옥에서의 망상이
나의 기억을 죽이고 악취를 뿜어내고 있다.
거대한 검은 나비가
햇볕을 가로막았다

천국에서 땅 쪽으로
무거운 날개를 달고 내려온다
눈에 보이지 않는 괴물들이
우리들 인간의 마음에 내려앉는다
마치 거대한 검은 나비처럼

이 작품의 분위기는 뭉크의 <칼 요한 거리의 저녁>를 연상케 하는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마치 쇤베르크의 <밤>에 나타나는 “보이지 않는 괴물들이 우리들 인간의 마음에” 내려온 것처럼 혼이 나간 듯 귀신 같은 모습을 하고 거리를 걷고 있다.

이렇듯 그들의 작품은 비슷한 느낌을 풍기고 있는데 쇤베르크가 그린 자화상을 보면 더욱 더 이들의 닮은 점을 발견하게 된다. 쇤베르크는 작곡가이기 이전에 화가였다. 그가 그린 자화상중의 하나인 <붉은 응시>는 마치 뭉크의 <절규>의 또 다른 모습인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붉은 응시>와 <절규>에서 표현되는 퀭한 눈동자, 해골 같은 얼굴 모양, 붉은색의 강렬한 이미지, 또한 붉은 색의 파란색과의 대비로 느껴지는 극적인 색체의 연출, 전체적으로 감도는 우울함과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너무도 닮아있다.

1-쇤베르크 자화상
2-뭉크의 '절규'
3-뭉크의 '마돈나'
4-뭉크의 ‘Evening on Karl Johan’
1-쇤베르크 자화상
2-뭉크의 '절규'
3-뭉크의 '마돈나'
4-뭉크의 'Evening on Karl Johan'

뭉크와 쇤베르크는 둘 다 일종의 정신병을 경험하고 있었다. 뭉크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누이를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을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질병과 정신병, 그리고 죽음은 나의 요람에서부터 나를 평생 따라다니는 천사이다”라고 말함과 동시에 “나의 썩은 몸뚱어리에서 꽃이 피어나고 나는 그 안에 있다. 그것이 바로 영원의 세계이다” 라고 말해 그가 얼마나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고통스러워 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뭉크는 그의 정신병을 예술의 영감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는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극심한 우울증으로 고통 받았고 이러한 느낌을 나의 작품에서 표현하려 했다. 아픔과 불안함이 없었다면 나는 방향키가 없는 배와 같았을 것이다.”라고 말해 그의 예술의 근원이 그의 불안한 정신이었음을 나타낸다.

뭉크가 우울증과 정신착란, 알코올중독 등으로 시달렸던 것처럼 쇤베르크는 숫자 13공포증에 시달렸다. 그의 오페라 <모세와 아론>의 스펠링이 Moses und Aaron이 아닌 Moses und Aron 이 된 이유 역시 원래 아론의 스펠링인 A를 두 개를 쓰게 되면 글자의 수가 13이 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13일에 태어난 쇤베르크는 자신이 언젠가는 13일에 죽을 것이라고 믿곤 했는데 1961년 7월 13일, 쇤베르크는 끝내 13공포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인간의 극단적인 감정을 붓으로 표현한 화가 뭉크, 조에서 벗어나 무 조성의 12음열이라는 기법으로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연 쇤베르크, 공포, 불안함, 긴장, 갈등, 질투, 욕망, 고뇌, 죽음 등 인간의 심리를 묘사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던 그들의 작품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존재하는 우리의 어두운 심리적 측면을 표현한 것으로 때로는 인간의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때론 내가 힘들 때 해결책보다는 공감이 더 위안이 되는 것처럼 이들의 작품은 인간의 어둡고 절망적인 순간들을 표현하여 인간의 감정에 대한 동질감을 안겨준다. 바로 이러한 공감대가 이들의 작품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 겸 음악 칼럼니스트 violinoella@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