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태의 인터넷 세상 읽기] '증강현실' 실생활로 확장… 문화재·꽃 이름 등 정보 척척 알려줘

1 2-‘가까운 지하철역(Nearest Tube)’프로그램으로 지하철역을 찾아가는 모습
3-증강현실용 안경에 표시되는 안내대로 작업을 수행하면 부품을 교체할 수 있다.
1 2-'가까운 지하철역(Nearest Tube)'프로그램으로 지하철역을 찾아가는 모습
3-증강현실용 안경에 표시되는 안내대로 작업을 수행하면 부품을 교체할 수 있다.

영어로 ‘Augmented Reality’는 ‘증강현실’ 또는 ‘확장현실’로 번역한다. IT종사자가 아닌 사람이라면 가상현실(VR)과 구분하기 쉽지 않다. 가상현실공간은 실제 현실공간이나 사물과 아무런 관계 없이 만들어진 공간을 말한다. 컴퓨터 게임 안의 공간이 가장 대표적인 가상현실공간이다.

증강현실은 현재 사용자가 보고 있는 사물이나 장소를 이용하여 기계 안에 만든 공간이다. 가상현실이 100% 가짜로 만든 공간인 것과 달리 증강현실은 눈에 보이는 실제 공간에 각종 정보와 가상공간이 추가된 공간이라는 차이가 있다. 영화 ‘매트릭스’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증강현실 기술을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여행을 하다가 멋진 건물을 봤다 치자. 이런 경우 그 건물의 역사나 건물 안에 어떤 문화재가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이때 여행객이 휴대폰카메라를 건물 쪽으로 향하면 휴대폰 화면에 표시되는 건물 사진 위에 건물에 대한 정보와 건물 안의 유물에 대한 정보가 글과 그림으로 표시된다.

모빌리지(Mobilizy)사에서 만든 ‘Wikitude AR’ 프로그램이 바로 이런 일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휴대폰을 대면 유적이나 유명 건물에 대한 설명이 표시되므로 관광가이드가 필요 없다.

이번에는 생전 처음 간 런던 여행 도중에 길을 잃은 상태라면? 현재 위치를 모른다면 지도를 펼쳐봐도 대책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크로서(Acrossair)사에서 선보인 ‘가까운지하철역(Nearest Tube)’ 프로그램이 휴대폰 안에 있다면 안심해도 좋다. 휴대폰카메라를 켜면 자동으로 현재 위치와 방향을 파악해 근처의 지하철역 위치와 이동방향, 역까지 거리를 표시한다.

런던 밤하늘의 별자리가 궁금하다면 구글의 스카이맵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된다. 사용자는 밤하늘 별을 향해 휴대폰을 들기만 하면 된다. 프로그램은 현재 위치에서 휴대폰카메라가 향한 곳에 있는 별자리 모습과 정보를 휴대폰에 표시한다.

카메라가 가리키는 방향의 지하철 노선도나 밤하늘 별자리를 찾아줄 수 있는 이유는 디지털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GPS 기술은 현재 사용자 위치를, 디지털나침반은 휴대폰이 향하는 방향을, 중력센서라고 부르는 전자추는 휴대폰의 기울기를 알려준다. 따라서 현재 시각 기준으로 현재 위치에서 북쪽으로 60도 높이로 카메라를 향했을 때 보여질 별자리를 계산하여 별자리 정보를 화면에 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증강현실은 문외한도 자동자정비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증강현실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나도 그렇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풀과 꽃, 나무 이름을 모를 것이다. 식물도감 책을 읽고 달달달 외우지 않았다면 길거리의 풀이름 하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휴대폰카메라를 꽃을 향해 들이대면 꽃 화면 위에 꽃에 대한 정보가 그대로 추가되므로 꽃에 관한 책을 읽거나 꽃이름을 외우고 다닐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는 꽃의 이름을 붇기 위해 검색 사이트에 접속해 글씨를 입력해 검색해야 했지만 이제는 검색어 입력 없이 휴대폰만 갖다대면 눈에 보이는 건물과 꽃에 대한 정보가 표시된다.

심지어 훈련과정 없이도 전문가나 할 수 있었던 작업이 가능해진다. 자동차회사인 BMW의 동영상을 보자. 자동차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 경우 과거라면 정비공에게 맡겨야 가능했지만, 이제는 안경 하나만 쓰면 만사가 해결된다.

소비자가 AR용 안경(디스플레이)을 쓰면 자동차 종류를 파악한 다음에 소비자가 원하는 작업 과정을 하나씩 실제 자동차 모습 위에 겹쳐서 보여준다. 소비자는 안경에서 지시한대로 본넷을 열고 안경이 잡으라는 공구를 이용해 나사를 풀고, 부품을 교체하면 된다.

4-라야(Layar) 브라우저를 이용하면 카메라가 가리키는 건물의 주소? 매매 상태 확인, 전화 연결까지 가능하다
5-증강현실을 이용하면 현실공간 위에 각종 정보 및 광고를 추가할 수 있다.

게임에서 광고, 일상의 업무 처리로 확장

20년 전만 해도 증강현실은 보잉사에서 항공기 전선을 조립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문기술에 속했다. 그러나 GPS, 디지털센서, 무선통신 등의 기술 발전 덕분에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손에 들고 다니는 휴대폰으로도 다양한 증강현실 기술을 실생활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증강현실은 SF영화가 아닌 실생활에서 점차 다양한 용도로 접목이 늘고 있다. 게임, 광고, SNS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의 다양한 만남과 경제거래에도 증강현실 기술이 차츰 도입되고 있다.

‘TwittARound’는 현재 위치 근처에 트위터 친구가 어디 있는지 표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아스카연구소에서 소개한 안경형 디스플레이를 착용한다면 사람들 눈에는 건물 정보 외에도 각종 광고가 추가로 보이게 될 것이다. NEC 매그너스커뮤니케이션즈의 ‘원샷서치(OneShotSearch)’도 카메라로 촬영한 방향에 있는 맛집과 호텔정보를 표시해준다.

모바일 증강현실 브라우저 라야(Layar)는 증강현실 기술을 더욱 일상적인 용도로 확장시킨다. 라야 프로그램은 휴대폰이 비추는 건물의 정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현재 사용자가 보고 있는 집이 판매중인지 아닌지를 보여주면서 집주소, 판매가격을 알려준다. 복덕방 중개업자가 필요 없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동네에서 마음에 드는 집에 휴대폰을 갖다대기만 매물 부동산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휴대폰용 브라우저이기 때문에 집주인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매매를 흥정할 수 있는 기능도 들어있다. 건물이 식당이라면 음식과 가격 정보가 표시될 것이고,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근처에서 구하고 있는 구인정보가 표시될 것이다. 그외 자신이 원하는 작업과 관련된 기업이나 건물이 어디 있는지도 바로바로 표시된다.

휴대폰카메라만 대면 꽃이름이 나오고 건물주소와 매매 상태가 나오는 세상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증강현실 기술이 보편화된다면 책을 외우는 일이 더 이상 무의미해 질 것이다. 부동산중개업자가 할 일은 더욱 줄어든다. 생전 처음 보는 기계장비의 사용법도 카메라만 대면 알려줄 것이다.

현실공간이 증강현실기술로 확장된다면 사람들의 지식도 확장되고, 문화도 확장되는 것이다.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www.da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