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르고 사이즈 누르고 # 누르면?일본 '도쿄 걸즈 컬렉션' 이어 한국에 '오스카 컬렉션' 론칭 임박

“이제 곧 집에서 TV로 옷을 살 수 있습니다 - 이제 곧 집에서 컴퓨터로 옷을 살 수 있습니다 - 이제 곧 거리에서도 휴대 전화로 옷을 살 수 있습니다 - 이제 곧… “ (본문 아님, 본문과 구분)

기술의 발달은 패션이 소비되는 장소를 여러 번 바꾸었다. 통신 기술이 하나씩 진보할 때마다 어김없이 패션 유통사에도 변화가 있었다. 매번 제시된 가설 중 어떤 것은 현실이 되었고 어떤 것은 아직 꿈이다.

휴대전화로 옷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꽤 오래 된 상상이다. ‘길거리를 걷다가 마음에 드는 옷을 입은 여자를 발견했을 때 창피함을 무릅쓰고 “저…어디에서 사셨어요?”라고 물어볼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휴대전화로 같은 옷을 살 수 있다’는 내용의 시나리오는 날아 다니는 자동차와 함께 미래상에서 빠지지 않는 그림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것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일들이 이미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다.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 걸즈 컬렉션(이하 TGC)’은 일본 최대의 패션 축제라 불린다. 2005년에 시작해 매년 2회씩 열리는 이 패션쇼에는 일본 최고의 모델과 패션 잡지, 패션 브랜드들이 참여한다. 팬 클럽까지 거느린 유명 모델들은 50여 미터에 이르는 긴 무대 위를 음악에 맞춰 신나게 왕복하고 여기에 연예인들의 라이브 공연, 유명 인사의 특별 출연이 더해져 분위기를 띄운다.

무엇보다 이 이벤트가 여타의 패션쇼와 차별화 되는 이유는 바로 모바일의 활용이다. 관람객들은 패션쇼를 보다가 ‘이거다’ 싶은 옷이 있으며 그 자리에서 휴대전화에 접속해 구매할 수 있다. 지난 3월에 열린 쇼에는 약 2만 여명이 참석해 2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일본이 패션 마켓에 휴대전화를 적극 활용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모바일 환경 때문이다. 일단 통신 요금이 저렴하고 (우리 돈으로 4만원 정도면 한달 내내 무제한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휴대전화 결제액에 대한 제한도 없다. 전 세계에 휴대 전화를 이용한 패션 비즈니스가 창궐한 나라는 일본뿐인 이유다. 그러나 여기에 곧 한국이 추가될 예정이다.

버튼 3개로 내가 찍은 옷이 집까지

오스카 컬렉션은 TGC와 비슷한 듯 다르다. 비슷한 점은 일단 대중적인 브랜드의 패션쇼를 지향한다는 점. TGC 개최사인 일본 브랜딩그사가 쇼의 본래 목적을 일본 패션 알리기와 젊은 디자이너 육성이라 밝힌 것처럼 무대에는 일본의 가장 대중적인 캐주얼 브랜드나 신진 디자이너들의 옷이 오른다.

오스카 컬렉션 역시 지금까지 패션쇼 하면 떠오르는 고가의 디자이너 의상이 아닌 매스 브랜드의 패션쇼를 선보일 예정이다. 평소 패션쇼와는 거리가 멀었던, 또는 패션쇼 할 여력이 없었던 중저가의 캐주얼 브랜드(일정한 가격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마디로 사람들이 평소에 입고 다니는 옷이 런웨이에 오르게 된다.

모델들 역시 아마추어 모델로 주먹만한 얼굴에 8등신 몸매는 찾아볼 수 없다. 예술의 경지 위에 동동 떠다니는 패션을 일상으로 끌어 내리겠다는 의지다.

다른 점은 365일 내내 패션쇼가 이어진다는 것. 백화점이나 패션몰에서 이뤄질 오스카 컬렉션의 패션쇼는 TGC처럼 1년에 2회가 아닌 매일 열릴 예정이다. 그만큼 무대 장식이나 쇼에 들어가는 공은 기존 패션쇼보다 떨어지지만 대신 대중에게 패션쇼의 일상화라는 개념을 심는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휴대전화를 이용한 구매다. 오스카 컬렉션이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예는 다음과 같다. ‘패션쇼 관람 중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한다. 휴대전화를 열고 인터넷에 접속해 찍어 두었던 옷을 찾아낸다. *버튼을 누르고 본인의 사이즈 (55, 66, 77 등)를 누른 후 # 버튼을 누른다. 옷이 집으로 배달된다’

쇼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은 휴대전화로 접속해 패션쇼를 보면서 구매할 수 있다. 인터넷 강국에서 굳이 인터넷을 외면할 이유가 없다. 모든 패션쇼는 오스카 컬렉션 홈페이지에 업로드 될 예정이며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브랜드의 쇼를 개인 블로그로 스크랩해올 수 있다. 블로그가 개인 옷장이 되는 셈이다.

패션 유통에 휴대전화가 개입한다는 사실은 통신사와 패션 회사 모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만한 이슈다. 통신사는 고작 싸이 월드의 도토리나 피자를 사는 데 머무르고 있는 휴대전화 결제 기능에 통탄하고 있을 것이며, 패션 회사는 옷을 만들고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방도가 없어 영락 없이 옷걸이로 직행시켜야 하는 현실에 낙심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패션과 모바일의 조우는 양측에게 각자 역할 확장과 홍보라는 혜택을 준다. 물론 소비자들도 얻는 것이 있다. 매장에 가지 않으면 볼 수 없었던 옷감의 펄럭거림, 입었을 때의 태까지 고려할 수 있게 되었고 굳이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때에 버튼 몇 개로 옷을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한층 더 가까워진 지름신을 조심할 일만 남은 것이다.

모바일과 패션의 만남 새 유통 루트 마련
오스카 컬렉션 장태호 대표


휴대전화의 버튼 몇 개로 옷이 집까지 배달되는 모델을 구상했다. 이런 것들이 실제로 가능한가

이미 기술은 준비 되어 있다. 결제 금액 제한(15만원) 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현재 몇몇 통신사가 카드사를 인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휴대전화로 신용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결제 금액 제한이 풀리고 기타 관련 법이 마련되면 서비스를 시작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패션은 환상이다. TGC조차도 대중적인 브랜드에 엔터테인먼트라는 측면을 가미했다. 오스카 컬렉션은 무엇으로 눈길을 끌 예정인가

그게 오스카 컬렉션의 정체성이다. 대중의 환상은 포기했다. 모든 장점을 다 가져갈 수는 없는 것이다. 대신 오스카 컬렉션은 실제로 팔릴 만한 옷을 소비자들에게 패션쇼라는 형식으로 보여주고 언제 어디서나 살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일단 서비스를 시작하고 촬영한 영상이 누적되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 같다

휴대전화와 인터넷뿐 아니라 IPTV와 DMB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사진으로만 보여주는 옷 옆에 영상이 함께 올라간다면 소비자로서는 실패 확률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휴대전화, IPTV, DMB, 인터넷 등 첨단의 통신 기술에 최고의 부가가치를 가진 패션 시장을 진출시켰다는 것이 오스카 컬렉션이 가진 가장 큰 의의라고 볼 수 있다.

1, 2-도쿄 걸즈 컬렉션
3-일본 최대 패션 축제인 도쿄 걸즈 컬렉션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