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우물을 파는 문인들하루키·밀란 쿤데라·주제 사라마구 등 영감 받은 작품 수두룩

(좌) 하루키 (우) 밀란 쿤데라

책 쓰기도 바쁜 작가들이 음악에도 남다른 조예가? 하지만 음악과 문학이 예술이란 하나의 뿌리에서 뻗어나간 가지라면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음악에 심취한 작가, 음악에 영감을 받은 문학 작품은 훨씬 더 많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최근 출간한 소설 <1Q84>이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염두하고 쓴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음악의 구약성서라고도 불리는 이 곡은 12음계를 모두 균등하게 사용했는데, 하루키는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48곡 전 곡을 1권과 2권에 절반씩 배치하고 있다.

1권 24장, 2권 24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과도 완벽하게 일치한다. 하루키는 이외에도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여주인공 아오마메의 테마곡으로 쓰는 가하면, 소설의 배경인 1984년에 대한 동경을 마이클잭슨의 <빌리진>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프랑스 소설가 알랭 플레셰르의 2004년 장편 <도끼와 바이올린>은 음악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 자체가 교향곡 형식을 닮아있는 작품이다. 소설은 유태인 피아니스트이자 음악 선생인 ‘나’를 주인공으로 각각 ‘1933년 : 소설’ ‘1944년과 그 이후 : 역사’ ‘2042년 무렵 : 헛소리’란 표제를 단 3부로 구성돼 있다.

각 부는 모두 같은 두 문장으로 시작한다. 소설뿐 아니라 사진, 영상, 설치미술 등 전방위로 활동하는 작가는 몇 해 전 한국에서 사진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TS 엘리엇은 바그너의 서사극 <니벨룽의 반지>와 <파르지팔>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쓴 시 <황무지>를 남겼다.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이 베토벤의 32번 피아노 소나타에서 받은 감동아 장편소설 <파우스트 박사>를 발표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단순한 작품을 뛰어넘어 작가의 삶 전반에 영향을 준 사례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작가가 밀란 쿤데라와 제임스 조이스, 주제 사라마구.

음악교수의 아들로 태어난 밀란 쿤데라는 25세가 될 때까지 문학보다 음악에 더 열정적이었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음악으로 깊이 각인된 작가였다. 그는 야나체크 음악 학교 교장이었던 아버지 루드비크(ludvik) 쿤데라의 영향으로 유년 시절부터 작곡과 피아노 공부를 시작했다.

15세 때 클래식 작곡을 배웠고, 피아노 연주는 전문가 실력을 자랑했다. 1984년에 발표한 쿤데라의 대표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는 음악적인 표현과 구성 양식이 잘 드러나 있다.

아일랜드의 대문호 제임스 조이스 역시 정통한 음악가로 꼽힌다. 그의 부인이 제임스 조이스에게 작가가 아닌 성악가의 길을 권할 정도로 빼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였지만, 그는 집필에만 전념해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의 기수가 됐다. 하나의 거대한 서사시로 이뤄진 <율리시즈>는 작가의 음악적 감각이 없이 탄생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포르투갈 작가 주제 사라마구 역시 탁월한 음악적 감각을 자랑한다. 클래식 비평가로 활동할 정도로 음악에 관한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그는 <눈먼자들의 도시> 등 대표작에서 마침표 없는 독특한 문장을 선보였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