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읽기] 솔로 음반 수록곡 'Heartbreaker', 'Butterfly' 완곡 공개 불구 확산 양상

빅뱅의 리더 G-드래곤의 솔로 음반은 지난 한 달 간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음반이었다. 그러나 그 화제가 좋은 방향의 화제였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사실은, 작금의 음반/음원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뜨이는 상업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은 방향으로 점점 더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음반을 발표한 뮤지션 본인도, 그 뮤지션의 소속사도, 그 뮤지션을 믿고 따르던 많은 팬들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일단 간략하게 G-드래곤의 솔로 음반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정리해보자. 음반 발매 일주일 전 G-드래곤은 인터넷 서비스 미투데이를 통해 음반 수록곡 중 'Heartbreaker'와 'Butterfly'의 30초 분량을 공개했다.

공개한 바로 그날 표절 논란이 일었다. 'Heartbreaker'는 미국의 힙합 뮤지션 플로-라이더(Flo-Rida)의 'Right Round'를, 'Butterfly'는 영국의 록 뮤지션 오아시스(Oasis)의 'She's Electric'을 표절했다는 것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이 두 곡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퍼블리싱 업체에서 표절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속사인 YG 엔터테인먼트는 'Heartbraker'가 공동 작업으로 이뤄진 곡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완전한 곡이 나오면 표절 논란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두 곡이 더 공개되었다.

네티즌과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담은 가사의 'Gossip Man'과 다소 실험적인 힙합 비트의 'The Leaders'다(이 두 곡은 모두 전곡으로 공개되었으며, 후자는 인터넷이 아니라 <2NE1 TV>의 한 에피소드를 통해 공개되었다).


소속사 측에 따르면 폭주하는 주문 물량을 맞추기 위해 음반이 예정보다 다소 늦게 발매되었는데(음원은 그 전에 공개되었다), 음반과 음원 모두 공개되자마자 차트 1위를 휩쓸었다. '많이 팔린 걸 볼 때 이는 대중들이 G-드래곤을 표절 논란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이다'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나온 것도, '표절 프레임'에서 '감별 프레임'으로 사고의 방향을 돌려야 한다는 신중하고 통찰력 있는 주장이 나온 것도 이 즈음이다.

아무튼 완곡이 공개되었음에도 표절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으며, 외려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퍼블리싱 업체 중 한 곳인 소니 ATV에서는 이 사태에 대한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경을 담은 입장을 발표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 문제가 논의되고 있으며, 이런 저런 음악인들과 평론가들이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예를 들면 '표절'을 집중적으로 다룬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 같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와 뮤지션 측에서는 현재까지 초기에 밝힌 입장, 즉 "이 곡이 표절이 아님은 물론,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점에 주목해 달라"는 입장(조이뉴스24, 2009.8.18) 외에는 더 이상의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간략하게 정리한다고 했는데 써놓고 보니 제법 길어졌다. 이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가 이미 이뤄졌다. 따라서 이 글의 나머지에서는 표절과 그 대처과정에 대한 어떤 '관습적 오류'에 대해서만 간단히 언급해보려 한다.

보자. 우선 표절 의심곡이 있다. 그 다음 '표절이 아니다'라는 즉각적인 반박을 거쳐 '과연 표절이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반박이 나온다. 그러면서 범주의 혼동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법적 문제로서의 표절과 미학적 ㆍ 윤리적 문제로서의 표절 말이다.

전자는 쉽다. 이건 저작권의 영역, 합의와 재판의 영역이다. 여기서는 돈과 계약서가 오간다. 후자는 어렵다. 전문가의 귀가 옳은가 대중의 귀가 옳은가, 아니 전문가와 대중이란 게 대체 뭔가, 대중이 전문가처럼 굴어야 하는가 아닌가, 오늘날 수많은 영향관계로 뒤엉켜 있는 대중음악의 창작과정에서 어디까지가 영향이며 어디까지가 표절인가.

후자에 대한 답은 없다. 즉 후자의 경우 표절이란 범주 자체가 힘을 쓰지 못한다. 문학이나 영화와 달리 음악은 특정 글귀나 장면이라는 시각적 측면에서 표절을 가릴 근거가 별로 없다. 음악은 엄청나게 추상적인 예술이다. 대놓고 똑같이 베끼지 않는 이상은 따지기가 무척 어렵다. 도망갈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지나치게 닮은 곡'에 대한 일반적인 판단력을 가려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충분히 훈련된 귀를 갖고 있다. 우리가 일생 동안 음악을 들어 왔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우리는 그런 작품에 대한 적절한 말을 사실 갖고 있다. 아류작, 모작, 등등. G-드래곤의 표절 문제에 언급을 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결국 사실상 표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동안에도 이것이 '아류작 내지 모작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것이다.

그런데 표절에 대해 보통 이야기할 때는 이 둘을 뭉뚱그린다. 즉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표절이 아니라'는 것인데, 이는 법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미학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미학적인 측면에서 표절이란 사실상 판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많은 표절곡들이 이를 악용한다. 심지어는 표절 이후에도.

예를 들면 무언가를 표절한 게 법적으로 판결이 나서 원저작권자에게 로열티를 지급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는 표절작이 아닌가? 그렇다. 그러나 그건 아류작이고 모작이다. 이는 변하지 않는다.

혹은 가끔씩 반대의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뭔가를 베낀 게 확실한데 그게 엄청나게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 말이다. 이는 법적으로 표절작일 수는 있지만 미학적 측면에서는 독창적인 작품일 수 있다. 그런 경우가 있긴 하냐고? 있긴 있다. 가끔. 아주 가끔.

그럼 이제 제일 궁금할 결론. G-드래곤의 솔로작은 표절작인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법적인 판단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사실상 이런 문제는 법정까지 가기 전에 대개 합의를 본다. 그렇다면 아류작이나 모작인가? 다른 곳에서는 이에 대해 분명히 밝혔지만 여기서는 지면 문제로 그에 대해 자세한 근거를 들 수 없기 때문에 딱 부러지게 얘기하지는 않겠다.

다만 나는 여러분이 자신의 귀를 믿어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너희들 대중들이란 힙합이나 일렉트로닉 음악의 장르적 특성을 이해 못한다고, 작곡가와 프로듀서의 차이를 모른다고, 샘플링과 오마주와 레퍼런스와 리메이크와 표절의 차이를 모른다고 하는 소리 따위에는 귀를 기울이지 말고 말이다. 들어 보라. 뭐가 들리는가?



최민우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