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
1950년부터 1980년대까지의 기록 사진을 근간으로 모호한 시공간을 폐허로 제시하는 작품을 발표한 정재호 작가의 개인전이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열리고 있다.

현재 세종대학교 회화과 교수로 재직 중인 작가는 이전에도 낡은 아파트 연작으로 주목을 받아왔는데 이번에는 낡고 허름한 건축물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버지 세대의 역사 속에 존재했으나 현재에는 사라진 공간에 대해 조망한다.

특히 작가의 작품은 과거의 것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닌 그 역사 속에서 잊혀진 것, 삭제된 것, 더 이상 말하기 힘들어진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역사의 재해석을 거친다. 작가 스스로의 편집을 통해 원래의 공간을 가상의 시공간으로 새롭게 탄생시킨다.

작가는 버려진 미군기지(동두천)에서 캘리포니아를 발견하고,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가상의 공간 ‘무진’을 화폭에 그려낸다. 한지 위에 목탄과 아크릴 채색을 통해 그려진 오랜 세월의 흔적은 아버지 세대와 현 세대와의 소통 단절을 완화시키는 하나의 역할을 맡는다. 아버지 세대에겐 역사의 곱씹어보는 좋은 기회다. 10월6일부터 10월25일까지. 02) 51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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