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회 문학 그림전소설가 박태원 탄생 100주년 맞아 중견 작가 9인의 작품 선보여

1) 김성엽 'Sand Story' 2) 주영근 '청계천희망도1' 3) 최석운 '젊은 이발사와 민 주사' 4) 민정기 '청계천-구보의 이발2' 5) 윤후명 '천변풍경을 읽는 시간'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문인 중 눈에 띄는 이는 단연 구보 박태원이다. 1930년대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핵심인 그는 다만 몇 편의 소설로만 대중의 뇌리에 기억된다.

'소설가 구보 씨'로만 일반에 알려진 그를 되살리기 위해, 올해 문학그림전의 주제는 박태원과 그의 대표작 천변풍경의 모티프, 청계천이 됐다. 이름하여 <구보, 다시 청계천을 읽다>.

2006년부터 한국의 대표적 문인의 작품을 주제로 한 미술작품을 전시했던 문학그림전은 올해로 4회를 맞았고, 지난 해 탄생 100주년 문학인 문학그림전 <문학이여 영원히>를 개최한 바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중견 작가 9인이 박태원의 작품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과 <천변풍경>을 모티프로 그린 그림 30여 점이 전시된다. 김범석, 김성엽, 민정기, 이 인, 임만혁, 주영근, 최석운, 한생곤 등 8명의 화가와 중견 소설가 겸 화가 윤후명 씨가 참여했다.

김성엽 화가는 작품 'Sand Story-천변풍경'에서 1930년대 구보 시대의 청계천을 그대로 재현했다. 빗바랜 흑백사진처럼 되살아난 청계천 빨래터는 80년의 시간을 훌쩍 넘어 2000년대 대중과 교감한다.

민정기 화가의 작품 '청계천-구보의 이발1'와 '청계천-구보의 이발2'는 얼핏 같은 그림으로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발1'은 1930년대, '이발2'는 2000년대 청계천을 배경으로 이발하고 있는 박태원의 모습이다. 30년대와 2000년대의 시공간에서 구보는 이처럼 새롭게 재해석된다. 민정기 화가는 "박태원의 작품은 아주 일상적인 모습들을 써내려가는 방식이라 어떤 사건이나 계기를 잡기 힘들어서 고심을 많이 했다. 작품을 의뢰받은 봄부터 청계천을 둘러보고, 이발사를 수소문해 만나 직접 이발도 해보며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윤후명 작가의 '한낮의 풍경 속으로'는 1930년대 청계천과 대표적인 다리 광통교를 그린 작품이다. 햇빛에 바랜 듯 한 희미한 풍경에 고난의 시대를 맞은 아픔이 아련하게 묻어난다. 윤후명 작가는 "박태원이 보여주는 청계천은, 내가 서울에 갓 올라온 1960년 무렵의 풍경과 복개한 풍경, 복원한 풍경 등에 덧씌워진다.

즉, 크게 보아 네 개의 풍경이 하나의 망막에 어려 있다. 그리하여 두 개의 풍경으로 합쳐지며, 잃어버린 시절에의 향수와 현대화라는 두 바퀴가 마치 천변의 양안을 구르고 있는 것처럼 나타난다. 여기에 박태원의 삶이 배경에 어린다"고 설명했다.

그의 또 다른 작품 '<천변풍경>을 읽는 시간'은 이 소설의 연재 지면을 배경으로 박태원의 초상이 중심에 놓이고 소설에 등장하는 '평화 카페'와 당시 이미지가 펼쳐진다.

주영근 화가의 '청계천희망도 1'은 오늘날 청계천의 변화된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주 화백은 "소설 속 빨래터의 여인들, 아이들, 손수레 판자촌, 행인들의 모습을 연상해 천변 사람들의 희망을 도시로 형상화하려 했다"고 밝혔다.

최석운 화가는 '젊은 이발사와 민주사', '빨래하는 여인들', '포목점 주인' 등 소설 <천변풍경>속 한 장면을 화폭에 옮겨놓았고 김범석 화가 역시 소설 속 배경인 '평화카페'를 모티프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김범석 화가의 또 다른 작품 '역사는 흐른다'는 근대화의 상징인 청계천에 함축된 우리 역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김 화백은 "단순한 하천으로, 스쳐가는 쉼터로서의 청계천이 아닌 새로운 역사의 원동력으로써의 청계천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문학사랑, 부남미술관이 주관하며 서울문화재단과 교보문고, 서울특별시가 후원하는 이 전시회는 오는 12일 청계천 광장에서 시작해 15일까지 열린다.

개막일인 12일에는 소설가 윤후명, 연극인 전무송, 고 박태원의 막내딸 박은영 씨 등이 참여하는 '낭독공감'이 열린다. 이후 부남미술관으로 옮겨 19일부터 27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며 12일부터 교보인터넷문학미술관(gallery.kyobo.co.kr)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