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기간만 재생되는 콘텐츠, 불법 복제 대안으로 설득력 얻어

소멸성 DVD인 'DVDpop'이 부산영화제에서 국내 첫 선을 보였다.
몇 해 전 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유통 기한이 있는 CD가 소개된 적 있다. 스타벅스나 커피빈과 같은 업소용 음악CD는 일반 음악CD와 포맷 형식이 달라서 업소용 CD플레이어로만 재생이 되고, 유통기한을 넘기면 자동으로 재생되지 않는다는 것. (KBS, 스펀지 '음악 CD도 유통기한이 있다' 편)

실제로 스타벅스에서 사용하는 CD는 한 장당 100여 곡의 노래가 담겨있는데, 케이스에는 언제까지 사용가능한지 기간이 표시되어 있고 기한이 지나면 매장에서 자동폐기시킨다. 이런 CD가 3개월 기준으로 매장마다 3~4장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정 기간에만 재생되는 콘텐츠는 이제 일반 소비자에게도 낯선 개념이 아니다.

영화 파일 유통기한: 개봉 후 5일까지

지난 9일 부산영화제에서 영화인들의 '굿 다운로더' 캠페인과 함께 일회용 DVD인 'DVD POP(플렉스플레이)'가 선보여 관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소멸성 DVD인 DVD POP은 일반 DVD에 특수 포장 처리해 소비자가 진공 포장을 뜯으면 화학물질이 공기 중에 유출되고 콘텐츠도 함께 사라지는 방식이다. 유통기한은 48시간에서 5일이다.

버스정류장 쉘터에 이어폰을 꽂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SK텔레콤 멜론 옥외광고
일회용 DVD의 장점은 불법복제 DVD보다 좋은 음질과 영상을 제공하면서 이용자가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회원 가입ㆍ반납 등의 번거로운 절차도 피할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지난해 초부터 선보인 바 있다.

서대경 플렉스플레이코리아 대표는 "DVD POP은 소멸성이기 때문에 영화를 대여 후 반납하는 일체의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 없다"고 말하며 "불법복제 DVD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질 높은 영상을 편리하게 제공함으로써 불법 시장에 노출되어 있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합법적인 시장으로 돌아가 한국영화의 부가판권시장을 살찌울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이라고 덧붙였다.

'유통기한 있는 음악'은 이미 5년 전 일반에 선보였다. 2004년 11월 출시된 유무선 통합 음원 서비스 멜론의 경우 월 일정액을 내면 스트리밍서비스와 다운로드를 무제한 할 수 있는 '멜론 프리클럽' 상품을 내놓았고, 현재까지 멜론의 대표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개별 곡을 내려 받을 때마다 비용을 부담해야 했던 기존 유료 음악 서비스 사용자들의 불만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상품으로, 사용자들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물론 가입기간에 본인이 대여한 음원에 대해 유무선 중 원하는 기기를 통해 무제한 내려받기 및 재생이 가능하다. 단, 이 MP3파일은 디지털저작권관리 기술이 적용돼 임대기간인 한 달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용이 제한된다.

불법 복제 타개책은 더 매력적인 상품

유통기한 있는 DVD, 한 달만 재생되는 음원이 출시된 배경은 당연히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불법 복제물 시장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 불법복제물 시장 규모는 현재 2조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상 문화콘텐츠의 확대 속도는 세계적으로 6%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16.7%에 달한다. 특히 온라인상 권리침해로 생기는 법적 문제의 피해자 대부분이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청소년 피해자는 2007년 2669명에서 지난해는 2만3460명으로, 피해 규모가 1년 사이에 9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이다.

허원제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5일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최근 미국이 우리나라를 지적재산권 감시대상국에서 제외하는 등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지만, IT강국이라는 명성에 비해 온라인상 불법저작물 권리침해 문제는 상당히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허원제 의원에 따르면, 온라인 불법복제물 시장규모는 불법영상물 시장규모가 2조6864억 원, 불법음원시장 규모가 286억 원, 불법만화책다운로드 시장 규모가 305억 원이다.

올해 한국영화 최대 흥행작 '해운대' 역시 불법 파일 유출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해운대'가 불법 파일 유출로 입은 매출 피해규모는 영화상영관 매출 150억 원, 부가판권시장 매출 5억 5000만원, 해외시장판매 매출 1000만 달러 등 약 326억 5000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저작권보호센터가 발표한 '2009 저작권연차보고서'를 보면 2008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한 달에 평균 7.41개(1년 평균 88.9개)의 불법복제물을 온오프라인 상에서 구입 또는 이용했으며, 금액으로 환산시 약 2,074원(1년 평균 약 24,893원)을 매달 불법복제물 소비에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복제물의 유통을 막는 방안으로 '소비자 의식개선' 같은 윤리적 구호보다, 소비자가 돈 주고 구입할 '매력적인 문화콘텐츠' 개발이란 말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로 음원 서비스 멜론의 경우 2004년 '멜론 프리클럽 상품'을 내놓고 공격적 마케팅을 벌인 결과 출범 7개월 만에 가입자 수 200만 명을 확보했다. 일회용 DVD의 경우도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선보였으며 워너브러더스ㆍ유니버설 등 대형 배급사의 영화를 중심으로 매달 약 10편의 영화를 출시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국내 일회용 DVD인 DVD POP을 출시하는 플렉스플레이 조윤혁 팀장은 "불법복제 DVD 유통 시장 규모가 연간 600억 원 정도로 파악되는데, 이들에게 더 매력적인 상품을 제공해 합법적인 선택을 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