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태의 인터넷 세상 읽기] MS가 만든 필기 형식의 노트북… 높은 가격과 전용 SW 부족은 문제

태블릿PC는 펜을 이용하기 때문에 본체를 들고 다니거나 서 있는 상태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태블릿PC는 이동 중에도 사용 가능한 노트북을 목표로 진행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프로젝트에 의해 탄생한 필기 형식의 노트북PC다. 2002년에 11월에 발표되었으나 지금까지 보급은 미미한 편이다.

타자를 이용하는 일반 노트북은 이동 중이나 선 상태에서는 사용이 어렵고 자리에 앉은 상태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반면 태블릿PC는 이동 중이나 선 상태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타자가 아닌 펜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어 한 손에 태블릿PC를 들고 나머지 손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초창기의 태블릿PC는 네모난 단일 판 형태를 가진 슬레이트 방식으로 출시됐다. 이 방식은 얇고 가볍다는 장점이 있으나 액정이 노출되기 때문에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출퇴근 만원 지하철을 탄다면 압력에 의해 하루 만에 액정이 파손될 것이다.

뒤이어 나온 하이브리드 방식은 책상 위에서는 키보드와 연결해 사용하고, 이동 중에만 본체를 들고 다니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동 중에 액정이 바깥으로 노출되는 문제점과 외부에서 키보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슬레이트형의 단점은 개선되지 않았다.

요즘 나오는 태블릿PC는 컨버터블 방식으로 출시된다. 컨버터블 방식은 기존 노트북PC의 외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보통 때는 일반 노트북처럼 사용하면 되고, 태블릿PC로 사용하고 싶을 때는 상판의 액정을 회전시킨 뒤 하판의 키보드 위에 밀착시켜 슬레이트형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여성이 들고 다닐 정도로 가볍고, 수업 중에 조용하게 필기를 할 수 있고, 연필로 스케치한 것처럼 정말한 그림 작업도 가능한 것이 태블릿PC의 장점이다.
노트북PC의 장점과 태블릿PC의 필기입력 기능을 합친 제품이라 기능 면에서는 소비자의 환영을 받았지만 가격이 비싸서 보급은 더딘 제품이다.

태블릿PC의 장점은 펜을 이용한 필기 및 그림 그리기가 가능한 점

태블릿PC의 최대 장점은 필기로 입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강의실에서 일반 노트북으로 입력할 경우 타자를 치는 시끄러운 소리가 수업을 방해하며, 글씨만 입력이 가능하다. 떠오르는 생각을 선으로 긋고, 그림과 도표로 정리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태블릿PC는 필기로 입력하므로 소리가 나지 않고, 글씨 외에도 그림이나 낙서를 통한 자유로운 입력이 가능하다.

화면 위에 바로 필기가 가능한 점도 큰 장점이다. 그래픽 프로그램에서 그림을 그릴 때 실제로 도화지에 스케치하는 것처럼 정교한 그리기가 가능하다. 또한 기존의 파워포인트 파일이나 PDF 파일 등에 형형색색의 펜으로 낙서를 해가면서 강의를 할 수도 있다. 레이저포인트로는 빨간 점만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 위에 필기를 해가면서 강의를 진행할 수 있어 훨씬 효과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태블릿PC 모델인 쿠리어. 듀얼스크린과 멀티터치 적용으로 책과 공책에 한층 가까워진 모습이다.
그래서 태블릿PC는 펜으로 기록할 일이 많은 학생이나 수강생에게 유리하다. 강의나 홍보, 프리젠테이션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또한 이동 중에도 큰 화면으로 동영상이나 문서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교육용 도구로도 유용하고, 어린아이들이 쓰기에도 좋다.

듀얼 스크린과 멀티 터치 인터페이스의 도입으로 책과 공책에 더욱 가까워진 태블릿PC

이런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태블릿PC의 보급이 더딘 이유는 높은 가격과 전용 소프트웨어의 부족 때문이다. 가격은 일반 노트북보다 1.5~2배나 비싸지만 태블릿PC를 활용할 만한 소프트웨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태블릿PC는 다른 모바일제품들과 다르게 손과 스타일러스라는 필기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입력 부분에서 큰 강점을 지니고 있고, 늘 차세대 모바일 기기로 늘 주목받았다.

태블릿PC는 최근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쿠리어(Courier)라는 이름의 태블릿PC를 선보이면서 다시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쿠리어는 독특하게도 듀얼 형태의 7인치 스크린을 채택하고 있어 마치 책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아이폰처럼 멀티터치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쿠리어를 북릿(booklet)이라고 부른다. 과거의 태블릿PC가 노트북시장을 겨냥한 것과 달리 북릿은 전자책 시장과 모바일웹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존의 필기입력 특징에 멀티터치와 듀얼 스크린이라는 방식으로 다시 시장 진출을 꾀하는 태블릿PC는 새로운 모바일기기로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쿠리어가 동작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공책이나 다이어리에 기록했던 필기 과정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터넷 서핑은 물론이고 책을 읽거나 영어공부를 할 때도 매우 효과적이다.

좌우 화면을 분리해 사용하는 쿠리어의 동작 모습을 보면 생각(idea)을 정리하는 데도 매우 유용해 보인다. 기능 면으로 보면 기존의 노트북, UMPC, 넷북, MID, e북리더기, 전자사전 기능을 한 몸에 가진 제품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쿠리어가 구매 가능한 낮은 가격으로 시중에 출시된다면 모바일기기에 북릿이라는 새로운 제품군이 추가되는 것은 물론이고, 책과 공책 대신 IT 제품을 들고 다니는 문화로 바뀔지 모른다.

전화번호 적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던 사람들이 휴대폰이 보급된 이후로 전화번호수첩을 버린 것처럼, 쿠리어와 같은 북릿의 등장은 공책과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는 문화를 없앨지도 모른다.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www.d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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