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한국에서 초연됐던 그 자리(명동예술극장)에서 다시 상연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적인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비극 중 단연 백미로 뽑을 정도로 많은 극단에 의해 무대에 올려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샤머니즘에 속하는 '굿'을 도입해 햄릿의 분노와 슬픔, 한(恨)에 주목함으로써 서양의 고전을 재해석한 연희 형식의 작품이다.

양정웅 연출자는 굿과 연극이 공동체적이며 카타르시스와 마음의 위로를 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았다. 굿은 가장 연극적인 행위이면서도 영혼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응어리를 푸는 역할을 한다. 연출자는 아버지의 죽음에 한을 품은 햄릿에게는 유령(죽은 자)과 한이라는 요소를 갖춘 굿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극 중 나오는 세 번의 굿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중요무형문화재 104호 유효숙씨에게 사사했으며 진오기굿(햄릿의 죽은 아버지를 위로), 수망굿(물에 빠져 죽은 오필리어의 넋을 건져 위로), 산진오기굿(죽음을 앞둔 햄릿을 위로)이 무대에 펼쳐진다. 이는 모두 죽음에 관한 굿이다.

하지만 굿이 나오는 몇몇 장면 외에는 원작의 문학성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언어적 각색을 하지 않았다. 이는 햄릿이 내면적으로 겪는 갈등, 혼란, 광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며 더불어 원작의 언어 미학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동양적 이미지와 실험성이 돋보이는 이번 작품은 2009 서울 국제공연예술제 국내초청작이다. 세계 19개국에 초청되어 한국 연극의 세계화에 이바지하고 있는 극단 여행자의 작품이다. 10월30일부터 11월8일까지. 명동예술극장. 02) 76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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