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아 개인전세밀한 표정보다 몸짓·손짓 등 움직임 통해 다양한 감정 표현

왼쪽부터 '좋은 날의 기억 100, 80', '비밀을 알고자 한다면'
장미가 수놓아진 웨딩드레스를 입고 볼록 나온 배 위에 가만히 손을 얹은 여인. 그녀의 얼굴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또 다른 여인은 검지를 입술 위에 놓고 '쉿'이란 소리를 흘리는 것 같다. 웨딩드레스 속에 켜켜이 숨겨진 결혼의 비밀이라도 있는 것일까? 여류화가 김정아 씨의 화폭 위에 결혼에 대한 단상이 펼쳐졌다. 김정아 화백의 여섯 번째 개인전 <행복, 사랑하기>에서다.

다섯 번째 개인전에서 현대인이 느끼는 고립감과 소통의 한계를 그림 속 소녀들의 '춤추기'와 '놀이'를 통해 극복하고자 했던 김 화백. 그 과정에서 자아 정체성 찾기를 시도했던 그녀는 그 매개를 결혼으로 옮겨왔다. 여전히 여성만이 존재하는 그녀의 캔버스엔 또한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도 그대로다.

"예술이 제안하는 공간은 평면의 제한된 공간에서 보여 주는 무한대의 가능성이기 때문에 나는 회화적인 영역에서의 자아 찾기를 통해 가장 본질적인 것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었다." 자신의 그림 작업에 이 같은 의미를 부여하는 그녀는 캔버스에 여성만을 그려내며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역시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말하는 김 화백은 텃밭을 가꾸고 닭과 고양이를 키우며 얻은 소소한 일상의 기쁨과 어려운 순간마다 도움이 되어주는 가족의 존재에서 진정한 사랑을 깨달았다는 개인적인 체험을 작품의 모티브로 하고 있다.

캔버스 속 여인은 세밀한 표정보다는 몸짓, 손짓 등의 움직임을 통해 결혼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과 두려움, 그리고 거기에서 한 꺼풀 벗겨보면 드러나는 고단한 삶의 여정과 내면의 슬픔과 기쁨 등 결혼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이듯'이, 사랑 역시 자신 안에서 사랑을 포용할 수 있을 만큼 받아들여지고 전해지게 마련이다. 가족의 사랑을 당연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랑에 감사하게 된 김 화백의 개인적 체험이 어쩐지 그림을 보는 사람의 체험으로까지 확장될 듯하다.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수차례 입선한 경력을 가진 김정아 화백의 여섯 번째 개인전은 11월 1일부터 12월 13일까지, 광화문 KT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