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태의 인터넷 세상 읽기]휴대폰 소설 인기몰이… 독자 선호 형식으로 소설 변모, 종이책 대체

사사키 노조미 주연의 '천사의 사랑'은 휴대폰 소설이 원작이다.
2009년 11월의 일본영화 흥행 순위를 보면 흥미로운 흐름이 엿보인다. 둘째주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내 첫사랑을 너에게 바친다'는 750만부나 팔린 인기 순정만화가 원작이다.

3위를 차지한 '지지 않는 태양'은 베스트셀러가 원작이고, 4위는 애니메이션 '프리큐어'의 극장판인 '프레시 프리큐어', 5위는 만화 원작인 '데스노트. 카이지', 6위는 종교단체의 베스트셀러 원작인 '불타재탄', 7위는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인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0위는 '천사의 사랑'이다.

10위 안에 든 영화 중 7개가 일본방화인데 창작 시나리오는 없고 모두 원작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영화로 만들어진 휴대폰소설 '천사의 사랑'

이 중 주목을 끄는 영화는 11월에 개봉한 사사키 노조미 주연의 영화 '천사의 사랑(Tenshi no koi, tenkoi.gaga.ne.jp)'이다. 이 영화는 칸치쿠 유리 감독의 영화로 리오라는 미모의 17살 여고생과 미츠테루라는 35살 대학 강사 사이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사랑 이야기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본의 휴대폰 소설 사이트
이 영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영화의 원작이 휴대폰소설이기 때문이다. '천사의 사랑'은 휴대폰소설로 연재되어 1300만 회의 페이지 뷰를 달성했으며 종이책으로 출간했을 때도 초판만 50만여 부를 찍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은 베스트셀러다.

'천사의 사랑' 외에도 아라가키 유이 주연의 '연공', 미나미사와 나오 주연의 '붉은 실' 등이 모바일소설(케타이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연공'은 600만 PV(페이지 뷰)를 기록했고, '붉은 실'은 800만PV를 기록했다. 이처럼 휴대폰 소설의 인기는 출판업계는 물론이고 영화산업에 영향을 미칠 정도다.

일본에서는 모바일소설이 이미 대세로 자리잡아

실제로 일본에서는 NTT도코모가 콘텐츠 CP기업 10만개 육성을 목표로 정책을 펴고 있으며, 신쵸샤 등 주요 출판사는 '모바일 휴대 전화문고'를 개설해 큰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모바일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진입한 사건이다. 종이책이 아닌 모바일 소설이 출판의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로만 소설을 제공하는 모바일 소설가 가코스타츠는 연 500억 원의 수익을 올림으로써 모바일소설이 종이책에 뒤지지 않는 시장성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일본의 모바일 북 서비스는 2002년 10월에 신초사가 '신초휴대문고'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월 100엔에 제공된 이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었다.

문서 공유 사이트인 scribd.com
요시가 쓴 '딥 러브(Deep Love)'의 경우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시리즈인 '딥 러브' 5권은 320만 부나 팔렸다.1) 그외 '애공(愛空)'을 비롯한 많은 베스트셀러가 등장했다.

일본에서 모바일 소설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모바일 인터넷과 정액제 서비스가 큰 역할을 했다. 마땅한 놀이공간이 없는 지방 젊은이들이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려는 것도 한 몫 했다. 휴대폰밖에는 가진 것이 없는 10대 젊은이들이 휴대폰을 통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소설을 선택했고, 이런 시기에 모바일 소설이 등장해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모바일 소설의 독자가 젊은 층이다보니 일반 소설과는 다른 유통 구조와 독서 형태를 보인다. 젊은층을 겨냥해서 표지나 삽화가 화려하고, 일반적인 소설에 비해 줄거리의 짜임새가 떨어진다. 대부분의 소설에서 주인공은 여자고등학생이고 통속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주인공 캐릭터도 그 주인공이 그 주인공 같이 밋밋하다. 미래에는 바뀌겠지만 아직까지 모바일 소설은 치밀한 스토리로 승부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뜻이다.

모바일 소설은 문학적 표현과 짜임새 있는 줄거리보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게 한다. 또한 작가와 독자가 매우 끈끈하게 엮인 상태다.

그래서 모바일 소설 독자는 시중에 있는 다른 책은 읽지 않고 모바일 소설만 읽는 경향이 있다. 모바일 소설은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독자와 작가가 감성을 공유하는 일종의 사회적 공유 서비스인 셈이다.

종이 책 없는 저자들 등장으로 출판계의 새로운 길 제시

일본에서 모바일 소설은 작가는 물론 출판사에도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주고 있다. 서적 반품률이 40%에 달하는 일본에서 모바일 출판은 재고 0%를 기록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팔려나간 60%의 책에서 이익으로 들어오는 것은 10~30%지만 재고로 들어오는 것은 100% 손해가 되기 때문에 재고 부담은 출판사에도 큰 부담이다.

종이로 출간되는 책은 출간비용 외에도 유통과정에서 창고비용, 운송비용 등 많은 비용부담을 안겨준다. 그런 면에서 전자책과 모바일 책은 적게 팔린다 하더라도 무재고라는 장점으로 종이책의 단점을 상쇄시킨다.

이처럼 전자책과 모바일의 발전은 휴대폰소설과 같은 새로운 형식의 출현을 만들어냈다. 지금까지 책은 지은이가 쓴 책을 출판사에서 인쇄해 서점을 통해 판매하는 형식이었으나 PDF나 전자책, 모바일소설 형태로 판매하는 시장이 커지게 된다면 이런 구조가 무너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저자가 scribd.com을 통해 책을 판매할 경우 80%의 매출액을 저자가 가져가고 20%를 scribd에서 가져가는 형태다. 이미 scribd에는 책 출간을 포기하고 전자책으로 출간하는 저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만 원 짜리 책 2천 부를 팔면 2천만 원의 매출이 발생하는데 이중 10%인 200만 원이 저자 몫이다. 그러나 5천 원에 2천 부를 팔면 1천만 원의 매출이 발생하고 이 중 80%인 800만 원이 저자 몫이다. 종이책으로 2천 부 팔아야 얻을 200만 원을 전자책으로는 판매한다면 500권만 팔아도 얻을 수 있어 수익배분에서 매우 유리한 셈이다.

따라서 e북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출판사를 통해 책으로 출간하는 구조 대신 바로 e북 사이트에 책을 등록하는 형태로 판매하는 저자가 더욱 늘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마치 애플 앱스토어가 개인 개발자들의 판매시장을 열어서 백만장자를 만들어준 것처럼 향후 저자가 직접 책을 등록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e북 스토어 시장의 도래를 예상할 수 있다.

저자는 e북으로 책을 내고, 독자는 모바일로 책을 읽는 시대가 점차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참고: 휴대전화는 종이책을 죽일까. 한겨레 p.21. (2005.07.08)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www.da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