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 수잔 보일 <I dreamed a dream>캐롤, 팝, 재즈, 뮤지컬 등 자전적 스토리 닮은 곡들 담다

촌스러운 외모와 그와 비례하는 당당함이 돋보였던 40대 후반의 스코틀랜드 노처녀, 수잔 보일.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의 3분 30초는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휴대폰 외판원 폴 포츠와 왕따 소년 앤드류 존슨이 그랬던 것처럼.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I dreamed a dream'의 한 소절을 부르기 전까지 무대에서 보인 그녀의 거침없는 태도는 오히려 비호감이었다. 하지만 수근대던 객석도 순식간에 잠재울 수 있던 건, 어떤 뮤지컬 배우보다도 절절하면서도 실감나며, 아름답게 불러낸 노래 때문이었다. 기막힌 반전이었다. 반감은 녹아 내렸고 오히려 그녀를 향한 환호에 불을 지폈다.

혹자는 21세기 엔터테인먼트의 두 가지 키워드가 '리얼리티(reality)'와 '셀러브리티(celebrity)'라면, 그 둘 중간에 방점을 찍은 이가 수잔 보일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유튜브에 올려진 그녀의 영상에 3억 명 이상의 세계인이 '다시 보기'를 클릭하고, 그녀의 진화해가는 외모의 변천사는 헐리웃 스타와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의 목소리로 녹음된 첫 번째 음반이 나왔다.

처음 TV에 모습을 드러낸 후 7개월 만에 나온 앨범이다. 자켓 사진 속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고 귀여운 포즈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여인은 이전의 수잔 보일이 아니었다. 이 앨범은 영국에서 첫 날에만 15만장 이상이 팔리며 다시금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녀가 논란의 중심으로 들어온 데는, 이 정도 열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자격이 그녀에게 있느냐는 의문에서 비롯된다. 정확히 말해 "수잔 보일이 노래를 그렇게 잘해? 이렇게 관심을 끌 정도로?"라는, 이전과는 또 다른 형태의 반감이다.

하지만 미국 TV에서도 그녀의 인생 역전이 다큐멘터리로 제작될 정도로 그녀는 스토리텔링에 목마른 대중들에게 여전히 신기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녀를 노래 하나의 잣대로만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게다가 막상 들어본 그녀의 앨범은 겨울 밤 잔잔하고 편안하게 듣기에 적당했다.

음반에 담긴 곡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의식한 조용한 캐롤 몇 곡과 팝과 재즈스탠더드, 뮤지컬 곡 등이 고루 담겼다. 그녀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준 'I dreamed a dream'을 비롯해 마돈나의 'You'll see', 롤링 스톤즈의 'wild horses', 그리고 새로운 곡 'Who I was born to be'는 마치 그녀의 자전적 스토리처럼 들린다. 겉 멋으로만 불러낸 노래는 아닌 거다.

하지만 지나치게 대중을 의식한 레퍼토리는 앨범을 다소 빈약하게 만들었다. 소니 BMG에서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또 다른 앨범들과 레퍼토리가 섞여있다는 점도 아쉬운 점 중 하나다. 새롭게 시작된 가수로서의 수잔 보일의 생명력이 꾸준하기 위해선 노래와 자전적 스토리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