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재즈오케스트라23명의 빅밴드… 노개런티 대관비 등 자비 충단 '송년음악회' 열어

코리안 재즈 오케스트라
듀크 엘링턴, 카운트 베이시, 베니 굿맨, 그리고 글렌 밀러.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재즈 뮤지션이라는 것 외에 1930년대 미국에서 번성했던 스윙재즈의 대표주자였다는 점이다. 여전히 재즈의 황금기라 불리는 스윙재즈는 긴 재즈 역사상 가장 대중과 가까웠던 음악이다.

미국의 대공황으로 갈 곳을 잃은 재즈 뮤지션들은 설 무대가 좁아지면서 빅밴드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주로 댄스 홀에서 밝고 경쾌한 스윙재즈를 연주를 했고 어두운 사회적 분위기를 이겨보려는 듯 대중들은 빅밴드 연주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태생부터 흥겨움을 담보로 한 스윙재즈는 빅밴드와 뗄 수 없는 재즈 스타일이 되었다.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빅밴드의 대중친화적인 성격은 여전히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23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빅밴드, 의 양희봉 단장은 "그렇다"고 말한다. 그가 기존의 팝스 오케스트라 대신 2005년 재즈 오케스트라를 이끌게 된 데도 스윙재즈의 대중 친화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의 빅밴드가 과거와 같을 수는 없다.

는 스윙재즈가 가진 친밀함과 경쾌한 리듬, 그리고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유연함으로 무장했다. 그 유연함은 재즈를 넘어 국악, 가요, 팝, 심지어 뮤지컬 넘버까지 아우른다. 지난 12월 2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제7회 정기연주회에서도 글렌 밀러의 'In the Mood', 베니 굿맨의 'Sing Sing Sing', 비틀즈의 'Hey Jude', 게스트로 출연한 이무송의 '사는 게 뭔지' 등이 연주되면서 이런 면모는 유감없이 발휘됐다.

의 단원들은 대부분 방송국 관현악단 출신이다. 지금은 KBS 관현악단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MBC 관현악단은 작년이 마지막 해였다.

가 창단된 시기는 2005년, 당시만 해도 단원의 대부분이 악단에 소속되어 있을 때다. 평소 알고 지내던 방송 관현악단의 선후배들은 주로 가요를 반주하는 탓에 재즈 연주에 대한 갈증을 느꼈고, 그들의 순수한 열정과 자발적인 의사가 모여 이루어지게 됐다.

별다른 후원 없이 투 잡, 쓰리 잡을 가지면서까지 각자 자비를 털어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를 잘 아는 이는 말한다. 그 와중에도 그들은 매주 수요일 아침 10시마다 공덕동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세 시간씩 앙상블을 연습한다. 양희봉 단장이 유독 '앙상블'에 자신감을 표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홍보 인력이 따로 없어 적극적으로 알릴 기회도 갖지 못했지만 무대에서 본 이들이 초청하거나 연주를 요청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국내에서 재즈 빅밴드의 자생력에 희망을 엿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마포문화재단과 협약하면서 마포아트센터 상주단체가 됐다. 지난해부터 마포아트센터 내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고, 연습실은 방음시설을 갖추는 내년부터 입주하기로 했다. 또 서울시가 지정한 전문예술단체로, 재즈 연주단체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 연주할 수 있는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1년에 20회 공연을 하고 있지만 정기 공연과 자선 공연으로 할당된 양도 적지 않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소외계층을 위해 연주하고 싶다는 것이 단원들의 바람이다.

12월 29일, 적십자 봉사자들을 위해 송년음악회를 여는 는 개런티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대관비, 음향, 조명 등의 비용을 모두 자비로 충당한다. 자칫 무모할 수 있지만 그들은 대중과의 어울림 속에서 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마다 혹은 구마다 클래식 단체가 상주하지요. 하지만 재즈 단체가 있는 곳은 전혀 없습니다. 어렵게 끌고 왔지만 사실 지금은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활동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저보다 순수한 열정으로 모인 단원들이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었으면 하지요."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양희봉 단장의 바람엔 어쩐지 넘겨 듣기엔 진정성이 전해진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